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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병원 감염…청소·간병 노동자는 아예 관심 밖

등록 2014-11-17 20:33수정 2014-11-18 11:16

주삿바늘·환자체액 늘 노출
보호장구·백신커녕 교육조차 없어
찍혀서 일자리 잃을까 말도 못해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모습. 정용일 기자
한 대학병원의 응급실 모습. 정용일 기자
“우리는 아예 관심 밖의 그림자예요, 그림자.”

이점자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지부 울산민들레분회장은 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감염 노출 실태에 관해 말하며 자신을 ‘그림자’에 빗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각 지역지부에 속한 민들레분회는 주로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연대 기구다.

이점자 분회장은 17일 “병원 응급실을 청소하다 주사 바늘에 찔릴 때도 많고 환자 체액과 접촉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결핵이나 간염 등 각종 질병에 감염됐는지 알아보려면 우리가 돈을 내고 검사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비를 나중에 돌려받을 수는 있는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상당수 청소 노동자는 ‘살짝 닿았으니까 아무 일 없겠지’라며 애써 태연한 척, 불안을 외면한다.

청소나 간병 등 병원에서 상대적으로 비숙련 업무를 맡는 노동자는 전염성 질병 감염에 더 취약하다. 일반 가정집에서 간병 노동자로 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감염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데 대처는 더 허술한 탓이다. 감염을 예방할 값 비싼 의약품 및 보호 장구가 있어도 청소·간병 노동자는 이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점자 분회장은 “예방 백신을 요구해본 적도, 감염 예방 수칙이나 행동 요령 등을 제대로 교육받아본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손미아 강원대 교수(의대 예방의학교실)가 2009년 낸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간병·요양노동자를 중심으로’ 제목의 실태보고서에서도, 간병 노동자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의 하나로 감염성 질병이 꼽혔다. 특히 감염으로 건강을 잃는 것보다, 그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손 교수는 “누군가는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배설물이나 혈액 등을 받아내는 일을 맡아야 하는데, 대다수 병원은 이를 의료 시스템으로 해결하지 않고 환자나 간병 노동자 개인한테 맡긴다”며 “청소·간병 노동자가 의료 시스템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는 이상 이들의 병원 내 안전에 대한 고려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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