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제약사 수출 주선’ 복지부…업계 “성과 집착 탓 과욕”

등록 2015-03-16 20:40수정 2015-03-16 22:08

“사우디 거래 직접개입 잘못된 선례
제도·정보 지원 등 선에서 그쳤어야”
정부 간 협상서 문서로 얻은 성과없어
중동 순방 동행한 제약사 4곳 모두
정부 지원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보건복지부가 ‘2000억원대 사우디아라비아 의료수출’과 관련해 한-사우디 제약기업 간 의약품 수출 계약 등을 직접 주선하고 나선 것은, 민간 영역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 분야의 국외 진출과 관련한 정부의 일은 국내외 제약업체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게 아니라 정부 간 협상으로 수출에 필요한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업계의 쓴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의료시장 실태에 밝은 제약업계 관계자는 16일 “복지부가 한-사우디 의료수출과 관련해 지나친 ‘성과 욕심’에 민간 제약사 간 거래에 직접 개입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정부 부처가 민간 기업 간 거래를 직접 주선하면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의 문제, 국외 사업의 기회를 정부가 특정 기업에 임의로 배분한다는 특혜 논란 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민관합동대표단 자격으로 중동을 다녀온 제약업체는 제이더블유(JW)홀딩스·비씨(BC)월드제약·보령제약·종근당 등 4곳인데, 모두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특히 보령제약을 뺀 나머지 3곳의 사장 등은 혁신형제약기업협의회가 꾸린 3개 위원회를 하나씩 이끌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정부가 선정하고 지원한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이 700곳에 이르는데 정부가 한 곳씩 쫓아다니며 민원을 들어줄 게 아니라면 물고기 한 마리를 던져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낚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정부는 의약품 수출을 돕는 제도적 지원 방안을 내놓고, 부처 산하기관은 현지 의료시장의 동향이나 국외 업체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짚었다.

제약 분야의 국외 진출에 관한 업계의 요구는 한국제약협회가 최근 57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도 잘 드러난다. 제약협회의 ‘케이피엠에이(KPMA) 브리프’ 2월호에 실린 ‘제약기업 글로벌 진출 현황과 최우선 정책 지원 과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제약기업은 국외 진출과 관련해 정부에 ‘의약품 자동승인제 확대’, ‘정부간(G2G) 협상을 통한 제품 허가’,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상호인증 국가 확대’, ‘수출 제품에 대한 국내 관리 규정 완화’ 등 주로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 진출 맞춤형 컨설팅이나 국외 기업 정보망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복지부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관련해 민간 영역에서 이뤄진 ‘2000억원대 사우디 의료수출’ 등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정작 한-사우디 정부 간 협상에서는 구체적으로 얻어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정은영 복지부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은 지난 5일 “사우디 식품의약품 담당 부처(FDA)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수출 의약품) 품목에 대한 허가를 빨리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합의 내용을) 문서화할 수는 없지만 고려는 해주겠다는 게 사우디 쪽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병준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도 11일 “사우디 보건부 장관, 식약처장 등 굉장히 많은 정부 관계자를 만났다. 거기까지만 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우디 정부와 문서로 주고받은 합의는 없다는 뜻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수출이라는 국정과제 실현을 명목으로 복지부가 과도하게 성과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활용해 의료수출을 통해 우리 정부가 얻은 성과는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