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의료수출의 그늘’] (3) 중동 환자 돈벌이 취급하더니 후폭풍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최근 국내 여러 병원을 상대로 진료비 적정성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정부와 환자 송출 협약을 맺고 2011년 11월부터 국비 지원 환자를 우리 쪽에 보내온 아랍에미리트가 직접 한국의 의료비 수준 등을 파악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건넨 ‘아부다비보건청 송출환자 관련 감사’ 자료를 보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보건청은 3월22일부터 27일까지 엿새간 직원 두 명을 보내 국내 의료기관을 상대로 직접 감사를 실시했다. 대상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 등 아랍에미리트 환자를 많이 받아온 10개 대형병원이다.
아부다비보건청이 실시한 이번 감사의 목적은 아랍에미리트 환자가 한국에서 쓰는 진료비와 식대, 통역비, 교통비 등의 적정성 확인이다. 한국 의료기관이 자국 환자에게 청구하는 진료비 등이 적정한지를 따져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부 국내 병원이 아랍에미리트 등 외국인 환자한테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나치게 많은 진료비를 받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뤄져왔다.
실제 <한겨레>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 등 외국인 환자한테 ‘국제 수가’라는 이름으로 선택진료 접수비 6만원, 일반 접수비 5만원을 받고 있다. 국내 환자의 선택진료 접수비 2만2270원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의료비와 관련해 “보통 (국내 환자) 진찰료의 3~5배로 보면 된다. 예컨대 일반 진찰료가 2만원이면 (외국인 환자는) 6만원을 내야 하고, 여기에 이런저런 검사비도 국내 환자가 10만~20만원이면 외국인은 거의 100만원 돈이 나오니까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UAE, 한국과 환자송출 협약 맺고
국비로 자국 환자 치료 도와
최근 국내 대형병원 첫 직접 실사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 등
“선진국 의료비와 비교해야” 해명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국비 지원 환자를 한국에 보내온 지 4년 만에 첫 감사를 실시하자, 의료계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의료’보다는 주로 ‘산업’ 관점에서 다뤄온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행태가 역풍을 부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이 너무 진료수익을 강조하며 중동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듯한 태도에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안다”며 “외국인 환자를 많이 받는 병원을 중심으로 진료수익에 관한 언론 인터뷰 등은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31일 의료수출의 성과를 강조하며 “아랍에미리트 국비 환자 진료수익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600억원 창출”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아랍에미리트 국비 지원 환자는 모두 1245명이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환자 1명당 4819만원가량을 진료비로 썼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비 환자 송출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년 감사를 벌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속 미뤄지면서 올해 처음 감사를 실시한다는 게 아부다비보건청 쪽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보건청은 감사결과에 대해 “본국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돌아갔다. 한편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국내 병원의 의료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만큼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비 수준은 국내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국비로 자국 환자 치료 도와
최근 국내 대형병원 첫 직접 실사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 등
“선진국 의료비와 비교해야” 해명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국비 지원 환자를 한국에 보내온 지 4년 만에 첫 감사를 실시하자, 의료계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의료’보다는 주로 ‘산업’ 관점에서 다뤄온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행태가 역풍을 부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이 너무 진료수익을 강조하며 중동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듯한 태도에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안다”며 “외국인 환자를 많이 받는 병원을 중심으로 진료수익에 관한 언론 인터뷰 등은 자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31일 의료수출의 성과를 강조하며 “아랍에미리트 국비 환자 진료수익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600억원 창출”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아랍에미리트 국비 지원 환자는 모두 1245명이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환자 1명당 4819만원가량을 진료비로 썼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비 환자 송출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매년 감사를 벌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속 미뤄지면서 올해 처음 감사를 실시한다는 게 아부다비보건청 쪽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보건청은 감사결과에 대해 “본국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돌아갔다. 한편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국내 병원의 의료 수준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만큼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진료비 수준은 국내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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