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내세워 우회진출 논란
정부연구기관 논의 드러나기도
범국본·참여연대, 추진 중단 촉구
제주도, 우회진출 차단 거듭 밝혀
정부연구기관 논의 드러나기도
범국본·참여연대, 추진 중단 촉구
제주도, 우회진출 차단 거듭 밝혀
제주도에 설립이 추진되는 외국계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국내의 한 대형 성형외과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병원이 중국 자본을 앞세워 우회적으로 국내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주도가 이를 엄격히 걸러내겠다고 한 만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참여연대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 설립 승인 요청서를 제출한 녹지병원은 사실상 국내 한 성형외과 병원이 중국의 도시개발회사를 앞세워 영리병원을 세우려는 것으로 ‘무늬만 외국병원’”이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이 공개한 녹지병원의 지분구조를 보면, 제1투자자(지분율 92.6%)는 중국 등에서 도시개발사업을 하는 녹지(뤼디)그룹이고 이어 병원 연합체인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북경연합리거)가 제2투자자(지분율 5.6%)로 참여하고 있다. 일종의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그룹은 그동안 병원 운영 경험이나 의료인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병원이 설립되면 운영을 북경연합리거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북경연합리거의 실질적인 주체가 국내 ㅂ성형외과라는 점이다. 범국본은 “북경연합리거 산하에 있는 18개 미용성형병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병원이 ‘서울리거병원’이다. 이 병원은 우리나라의 ㅂ성형외과가 중국 현지에 세운 병원”이라고 밝혔다. 범국본은 이어 “녹지병원과 같은 방식으로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이를 본보기 삼아 편법적으로 국내 진출을 시도하려는 개인병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연구기관도 국내 의료수출 차원에서 중국 등 나라 밖에 병원을 세운 뒤 현지 자본을 끌어들여 국내로 역진출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서울리거병원의 전신인 세인트바움의 개원식이 지난해 7월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 개원식 뒤 녹지그룹을 찾은 복지부 관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 제주도청 관료 2명 등이 이 병원을 모델로 중국 하이난, 제주도 등에 세인트바움의 수출 계획을 논의했다”며 “녹지병원 설립 추진 과정이 이런 방식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이날 국내 법인이 외국 영리병원에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차단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제주도청 관계자 2명이 세인트바움 병원 개원식에 참석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들 가운데 1명만 참석했으며, 이 관료도 제주도에 채용되기 전에 산업통상자원부 정책보좌관으로 재직할 때 병원 쪽으로부터 개원식에 참석해달라는 공식 초청장을 받아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녹지병원이 외국 영리병원의 설립 요건에 적합한지 검토중”이라면서 “북경연합리거와 서울리거병원은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병원의 우회적인 영리병원 진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제주/허호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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