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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다시 추진 논란

등록 2015-04-28 21:14수정 2015-04-28 21:14

의료관광 활성화 취지 법안 상정
과거 2차례 무산되는 등 지지부진
박대통령, 중동순방 뒤 처리 주문
의료계 “과소진료·비용증가 우려”
보건단체 “의료민영화 부추길 것”
민간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를 상대로 국내 의료기관의 진료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등을 팔도록 해, 의료관광을 좀더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서는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진료비 직불계약 등을 전제로 하는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는 곧 ‘미국식 의료민영화 제도’의 국내 도입을 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보험사 국외환자 유치법’(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안) 등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민간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진출 허용’과 ‘(공항 등에서) 보험사의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보험사 및 국외 진출 의료기관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현행 의료법(제27조)에서는 “보험회사, 보험설계사, 보험중개사 등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풀어 보험사의 환자 유치업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8일 “의료기관의 국외 진출을 확대하고, 외국인 환자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을 막으려면 관련 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보험사한테 외국인 환자 유치업의 문호를 열어주려 한 정부·여당의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에 관한 자격 요건이 법으로 규정된 것은 2009년 1월 의료법 개정 때다. 당시 개정안을 낸 정부는 유치업자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보험사를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3년 5월 의료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하며 보험사의 환자 유치업 진출을 돕고자 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진출에 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 직후인 3월17일 여야 대표와 3자 회동에서 “이번에 중동 순방 외교 성과의 하나가 의료 분야인데, 이게 활성화되려면 국회의 의료지원사업법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법을 4월 국회 중점처리법안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진출을 적극 지원하며 내세운 명분은 ‘의료관광 활성화’다. 정부는 2013년 5월31일 국회에 건넨 의료법 개정안에서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함으로써 의료관광이 활성화되고,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로 외국인 환자 유치의 수준이 제고되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오른 이번 ‘보험사 국외환자 유치법’의 제안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의료계와 야당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 유치업에 뛰어들면,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갑의 지위를 얻는 쪽은 병·의원에 환자를 ‘공급’해주고 이들의 진료비를 대신 내는 보험사, 을의 위치에 서는 쪽은 병·의원이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의료 질서 왜곡, 더 나아가 ‘미국식 의료민영화’ 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필연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보험사의 국외환자 유치는 기본적으로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진료비 직불계약 등을 전제로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외국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민간 보험사가 병·의원과 계약을 맺는 길이 한번 열리면, 그 대상이 내국인 환자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짚었다. 보험사 국외환자 유치법이 곧 ‘미국식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미국의 의료제도는 민간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직접 계약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를 막고 있는 한국과 크게 다르다.

대한의사협회 쪽은 28일 “민간 보험사가 환자를 유치하게 되면 보험사 몫의 수수료가 어떤 식으로든 진료비에 반영되는 만큼 환자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며 이 법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간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허용만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용익 의원은 “문제의 소지가 많은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업 허용 부분만 덜어낸다면 해당 법안의 나머지 부분은 정상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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