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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의료사고, 병원이 무과실 입증하도록 해야”

등록 2015-05-06 21:33수정 2015-05-06 22:11

국회서 의료사고 피해 증언대회
“10여년 전 어머니는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 혈액이 굳지 않게 하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3년 전 양쪽 다리 정강이에 피부질환이 생겨 피부과에서 피부 조직을 떼어내는 검사를 받았는데, 그 뒤 오른쪽 다리가 퉁퉁 붓고 통증이 심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정형외과에서 오른쪽 다리 쪽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배 안 장기들이 있는 공간(복강)에 출혈이 생겨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의료사고 피해 국회 증언대회’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인 박흥수씨가 밝힌 사연이다. 피가 굳지 않게 하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를 수술하려면 최소 일주일 전에 약을 끊도록 했어야 하지만 병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복강에 출혈이 있던 것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도 확인됐지만 의료진은 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환자쪽, 진료기록 확보 쉽지않아
병원 과실 입증하기 어려워
분쟁조정도 병원서 거부땐 불가
“병원의 입증 책임 제도화 필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병원과 환자 쪽의 협상과 조정으로 신속하게 구제하자며 도입한 의료분쟁조정제도도 박씨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박씨는 “어머니 사망 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병원 쪽이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분쟁조정원에 조정 신청을 해도 병원 쪽이 이를 거부하면 조정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의료분쟁 조정에서 병원 쪽이 조정 절차에 참여하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소송에 나선 박씨는 이 과정에서 병원 쪽이 진료기록에도 손을 댔다는 걸 발견했다. 변호사의 조언대로 병원에 요구해 받아놓은 진료기록부와 병원 쪽이 소송 과정에 제출한 진료기록부가 무려 23곳이 달랐던 것이다. 박씨가 받은 기록부에는 피부과 조직검사 뒤 오른쪽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겨 감염내과로 의뢰되고 그곳에서 정형외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기록한 내용이 있지만, 병원 쪽 기록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었다. 또 정형외과 기록부에는 원래 없었던 수술 및 처치 내용과 환자의 사망 원인이 추가로 기록돼 있었다.

지금은 박씨 어머니 사례처럼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병원 쪽의 과실을 환자 쪽이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환자 쪽은 진료기록 확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손에 넣어도 내용을 잘 몰라 절대적으로 환자에게 불리하다. 과실이 없음을 병원 쪽이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팀은 2011년 기준 한 해 입원환자 598만명 가운데 9.2%가 의료사고를 겪고, 이들 가운데 7.4%(4만700명)가 숨진다는 추계를 내놓기도 했다. 조영민 을지로위원회 기획팀장은 “의료사고 피해 구제 관련 법률 제정 당시 환자와 시민단체 쪽이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의료사고 발생 때 병원 쪽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박씨와 같은 사례는 다시 한번 그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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