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반응 환자가 발생한 전북 순창군 한 마을의 출입을 5일 경찰과 방역 담당자들이 통제한 가운데 생필품을 사기 위해 나가려다 막힌 한 마을주민이 심난한 표정으로 서 있다. 국내에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마을이 통째로 출입 통제된 것은 처음이다. 순창/연합뉴스
방역당국이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사는 한 마을을 통째로 격리 조치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마을 전체의 출입을 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당국의 위기감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전북도 방역당국은 순창군 A마을에서 메르스 1차 검진 양성환자가 나온 직후부터 마을 입구에 경찰 순찰차와 방역요원을 배치하고 주민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주민들도 가급적 서로 간의 접촉도 피한 채 각자 자기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런 강경 조치를 한 것은 메르스 전파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이 마을의 72세 여성이 메르스 최초 확진자와 같은 병동을 쓴 데다 마을 안에서 14일 동안 생활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퇴원하며 경기도 평택 아들의 집에서 생활하라는 자가격리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어기고 곧바로 순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마을에서 주민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접촉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농촌의 특성상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많은 데다 대상자들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방역당국을 더욱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 여성이 접촉한 마을 주민은 105명이나 된다. 여기에 이 환자가 병원에 격리되는 과정에서 접촉한 의료인과 관계자도 60여명에 달한다.
마을이 고립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불안해 집 밖으로 전혀 나오질 않고 있다. 마을 안에서 사람 구경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일용직으로 일하는데 갑자기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질 못하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름 가까이 출입을 통제한다는데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감은 순창 지역 전체로도 퍼지고 있다. 이날 순창군에서는 읍내 전학교를 포함해 22개 학교와 유치원에 휴업 조치가 내려졌다. 순창읍내에는 주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외부 출입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순창군민 모두를 메르스 감염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불쾌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주민은 “며칠 후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는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괜찮냐면서 다음에 만나자고 하더라”며 “감염자 취급을 받고 보니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순창=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