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건복지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병원이라며 공개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 평택성모병원의 병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병원은 지난달 29일 휴원에 들어갔다. 주변 약국들도 함께 휴업했다. 평택/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부는 “병원 통째 격리 어렵다”
평택성모병원과 다른 이중잣대
해당병원 의사 발병 뒤늦은 발표도
특정병원 봐주기 의혹 일어
평택성모병원과 다른 이중잣대
해당병원 의사 발병 뒤늦은 발표도
특정병원 봐주기 의혹 일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2명 발생하고 관련 격리 대상자가 6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병원이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제2의 메르스 진원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평택성모병원 방문자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는 정부가 현재 계속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해당 병원에 대해선 침묵하자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4·35·41번째 확진자가 나온 서울 대형병원 관련 격리 대상자가) 대략 600명이 조금 넘는다”고 답했다. 시설 격리자 184명을 포함해 1820명(5일 오전 5시 기준)이 격리 대상임을 고려하면 격리 대상자의 3분의 1 이상이 한곳에서 발생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첫번째 메르스 환자한테서 2차 감염된 35살 남성(14번째 환자)이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하면서 격리 대상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병원 쪽이 사실상 격리 조처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전국의 환자가 모여드는 대형병원의 감염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각지에서 환자가 속출할 거라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크다. 더욱이 첫 환자가 지난달 18~20일 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어 메르스 방역에 한층 경각심이 높아져 있어야 마땅했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14번째 환자와 지난달 27일 이 병원 응급실에서 접촉한 의사(38)가 지난 4일 35번째 확진을 받은 데 이어 5일 41번째 환자(70)도 같은 날 응급실을 방문했다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역학조사에서 확인됐다. 해당 병원에서 이틀 새 연이어 3차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여러 환자와 보호자가 들락거리는 응급실의 상황을 고려하면 감염자가 감시망을 벗어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의 잠복기가 14일이므로 지난달 27일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잠복기간이 아직 닷새가량 남아 600여명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대책본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코호트 격리(병동을 통째로 격리하는 것)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평택성모병원을 포함해 확진자가 나온 6개 병원 가운데 일부 병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것과 대비된다. 권준욱 반장은 “다른 의료기관 감염은 (평택성모병원 감염에) 부가적으로, 추가로 발생한 병원감염 형태이므로 일단 평택성모병원 한곳에 대해 방문자 전수조사를 하되, 앞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해당 병원 의사의 확진 결과를 뒤늦게 발표한 것도 ‘특정 병원을 봐주기 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다. 대책본부는 35번째 확진자인 이 병원 의사의 확진 사실을 2일에 확인하고도 관례보다 이틀을 넘긴 4일에야 확진자 발표명단에 포함시켰다.
의료계에서는 즉시 해당 병원에 대한 코호트 격리 조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해당 병원에서 3차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격리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병원 전체에 대한 역학조사와 즉각적인 격리 조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지원 전종휘 기자 umkija@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