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회견서 밝힌 환자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늦은 밤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차 감염자인 서울 대형병원 의사(38·35번째 환자)가 지난달 29일부터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음에도 30일 오후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해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 의사는 또 같은 날 오전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 강당에서 열린 학회 심포지엄에도 참석했다. 박 시장 발표대로라면 보건당국이 우려하던 대규모 ‘병원 밖 감염’(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할 수 있어 방역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의사는 이날 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30일 조합 행사에 간 것과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은 31일 오후 3시부터였다. 이후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그날 밤 격리병상에 입원했다”고 반박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5일 “지난달 30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35·14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의사는 2m 접근자가 아니어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 31일 오후에 증상이 심해지자 자발적으로 자택격리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 의사는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시장 “증상 시작 뒤 두군데 참석”
강한 감염력 지닌 환자서 전염
‘병원밖 감염’ 현실화할 수 있어
당사자 “비염 발열…집회뒤 발병” 박 시장과 의사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의사가 30일 다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돌아다니기 이전에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는지 여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발생 사례들을 분석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는 전염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의사 말대로 증상이 31일부터 생기기 시작했다면 이전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감염될 우려는 없다. 그러나 박 시장 말대로 29일부터 증세가 시작했다면 의사가 만난 1600여명은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이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지난달 29~30일에 나타난 증세 때문이다. 대책본부가 31일 이 의사와 한 역학조사 보고서에는 29일 가벼운 기침이 시작되고, 30일에는 미열까지 겹친 것으로 나온다. 메르스의 대표적 증상은 발열(98%)과 기침(83%)이어서 이때 이미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박 시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의사는 언론에 “지병으로 앓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과로하면 기침이 나온다”고 말해 메르스 증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9~30일 증상이 메르스 감염 때문이라 해도 의사가 참석한 집회에서 다수에게 메르스를 전파했을 것인가도 논란의 쟁점이다. 이 의사는 지난달 27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14번째 환자한테서 감염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15~17일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첫번째 환자와 같은 층을 사용해 메르스에 걸린 2차 감염자다. 이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일 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대형병원 응급실에 다녀간 70살 여성이 이 환자한테서 감염돼 3차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단지 응급실에 잠깐 머물렀을 정도인데 감염이 된 것이다. 박 시장이 지목한 의사도 27일 색전증(혈관이 막혀 생기는 증세) 환자 수술 문제로 응급실에 40분 정도 머무르는 사이 감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는 “30일 오전 심포지엄 현장에서 구석에 앉아 있다 나왔으며, 저녁 조합 회의에서도 1시간 이상 머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 범위인 ‘2m 이내, 1시간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4번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는 이 범위를 뛰어넘는 강력한 감염력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의사는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했을 당시 상당히 먼 거리에서 1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다. 이날 41번째 확진 환자가 된 70살 여성은 응급실에 잠시 머물렀음에도 감염됐다. 만약 이 의사의 메르스 바이러스도 14번 환자처럼 강력한 감염력을 지녔다면 조합 회의나 심포지엄에서 한 공간에 1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강한 감염력 지닌 환자서 전염
‘병원밖 감염’ 현실화할 수 있어
당사자 “비염 발열…집회뒤 발병” 박 시장과 의사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의사가 30일 다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돌아다니기 이전에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는지 여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발생 사례들을 분석해 “메르스 바이러스가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는 전염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의사 말대로 증상이 31일부터 생기기 시작했다면 이전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감염될 우려는 없다. 그러나 박 시장 말대로 29일부터 증세가 시작했다면 의사가 만난 1600여명은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이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지난달 29~30일에 나타난 증세 때문이다. 대책본부가 31일 이 의사와 한 역학조사 보고서에는 29일 가벼운 기침이 시작되고, 30일에는 미열까지 겹친 것으로 나온다. 메르스의 대표적 증상은 발열(98%)과 기침(83%)이어서 이때 이미 메르스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박 시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의사는 언론에 “지병으로 앓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과로하면 기침이 나온다”고 말해 메르스 증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9~30일 증상이 메르스 감염 때문이라 해도 의사가 참석한 집회에서 다수에게 메르스를 전파했을 것인가도 논란의 쟁점이다. 이 의사는 지난달 27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14번째 환자한테서 감염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15~17일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첫번째 환자와 같은 층을 사용해 메르스에 걸린 2차 감염자다. 이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일 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대형병원 응급실에 다녀간 70살 여성이 이 환자한테서 감염돼 3차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단지 응급실에 잠깐 머물렀을 정도인데 감염이 된 것이다. 박 시장이 지목한 의사도 27일 색전증(혈관이 막혀 생기는 증세) 환자 수술 문제로 응급실에 40분 정도 머무르는 사이 감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는 “30일 오전 심포지엄 현장에서 구석에 앉아 있다 나왔으며, 저녁 조합 회의에서도 1시간 이상 머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 범위인 ‘2m 이내, 1시간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4번 환자의 메르스 바이러스는 이 범위를 뛰어넘는 강력한 감염력을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의사는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했을 당시 상당히 먼 거리에서 1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다. 이날 41번째 확진 환자가 된 70살 여성은 응급실에 잠시 머물렀음에도 감염됐다. 만약 이 의사의 메르스 바이러스도 14번 환자처럼 강력한 감염력을 지녔다면 조합 회의나 심포지엄에서 한 공간에 1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 대란’, 당신이 꼭 알아야 할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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