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맨 오른쪽)과 의료진이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현황과 대책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와 접촉해 격리됐어야 할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무방비로 흩어져 잇따라 발병하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이나 병원 쪽에서는 이들과 일체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무능과 ‘국내 최고’라는 민간병원의 허술한 방역 시스템이 메르스 확산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의 송재훈 원장은 7일 브리핑을 열어 “우리 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3차 감염자는 17명으로, 모두 지난달 27~29일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송 원장은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직원과 환자는 893명이고,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17명에게 다시 노출된 인원은 715명으로 조사돼 보건당국과 협력해 통보와 관리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20일 이 병원에 입원했던 1번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 478명까지 합치면 격리 대상자는 2000명이 넘는다. 삼성서울병원이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제2의 메르스 진원지’가 돼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환자 접촉 사실을) ‘통보’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격리 대상자들은 정작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채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메르스 확진·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시기인 지난달 27~28일 응급실에서 가족을 간호했던 경기도 부천시 거주 직장인 ㄱ(36)씨는 6일 확진 판정(55번 환자)을 받았음에도 “그동안 보건당국이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폐암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아버지(66)를 간호했으며, 아버지는 당일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숨졌다. ㄱ씨는 31일께부터 미열 등 증상이 나타나 괴안동 부천메디홀스의원을 거쳐 부천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메르스 검진 검사를 받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병원들도, ㄱ씨도 격리 대상자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ㄱ씨와 친척으로 지난달 26~28일 ㄱ씨 아버지를 함께 간호했던 ㄴ(61)씨도 지난 6일 부산시 보건환경원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ㄴ씨는 지난 3일 미열과 구토 증세로 집 근처 동네의원과 동아대병원을 잇따라 방문했으나 병원 쪽에서는 체온 등이 정상이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ㄴ씨는 지난 5일 밤 부천 소사보건소가 부산시로 ‘ㄴ씨의 조카가 메르스 검사를 받고 있다’는 통보를 받은 뒤에야 6일 ㄴ씨를 격리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삼성서울병원 등으로부터 ㄴ씨가 메르스 의심 환자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건국대병원은 7일 고관절 환자로 입원한 ㄷ(75·여)씨가 6일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아 응급실을 부분폐쇄하는 조처를 취했음에도, 사전에 ㄷ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8일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ㄷ씨 메르스 병세가 약한데다 우리 병원에 오기 전 노인요양병원, 다른 대학병원 등을 거쳤다는 얘기만 하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 메르스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병원들과 공유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것이 ‘헛말’이었음을 보여준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경기도, 시보건소 등 모든 메르스 방역체계가 무너졌다.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한 통보는 물론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침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세종/김소연, 부천/홍용덕, 부산/김영동 기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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