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허둥지둥 ‘병원 공개’
컨트롤타워 부재로 총괄적 대응 못해
무능·무원칙에 국민 불신 치솟아
컨트롤타워 부재로 총괄적 대응 못해
무능·무원칙에 국민 불신 치솟아
정부의 늑장 대처와 정책 혼선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날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 부재 상황에서 청와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탓에 메르스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민 불안을 이유로 병원 이름 공개를 거부하던 정부가 나흘 만에 공개 방침으로 돌아서는 등 방역당국의 무능과 혼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피로감도 치솟고 있다.
■ 병원 정보공개 갈팡질팡…거짓 설명 논란도
국무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감염 관련 병원 이름들을 공개했지만, 이는 다분히 여론에 떠밀린 측면이 크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장들마저 먼저 정보공개에 나선 상황에서 계속 버텼다가는 여론이 크게 나빠질 것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이미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병원 정보가 공유된 상황이라 정보 비공개에 따른 실익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발표 시간을 두번이나 연기하고, 그마나 발표된 병원 정보도 틀려 뒤늦게 정정하는 소동을 빚은 것만 봐도 이날 병원 공개가 얼마나 허겁지겁 졸속으로 이뤄진 건지를 보여준다.
최 총리 대행은 또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는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3일 박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병원 공개는)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병원 정보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최 총리 대행이 청와대의 책임과 부담을 덜려고 이런 설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 이번에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컨트롤타워’ 부재는 이번 메르스 대응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부실한 초기대응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보니, 이후에도 안이한 대응이 계속된 것이다. 청와대는 메르스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던 지난 2일, 대통령이 아닌 정책조정수석 주재로 첫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긴급대책반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3일 다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한 뒤 ‘종합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이전과 똑같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 7일 최경환 부총리는 “메르스 대응 관련 창구를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총괄하는 곳이 청와대인지 총리실인지 보건복지부인지 여전히 뚜렷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지시한 ‘종합대응 태스크포스’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자체의 독자적 해결은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지만,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은 정부 대응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얻게 됐다.
■ 각 부처 안이하고 황당한 대처도 빈축
이런 상황에서 정부 대응을 총괄해야 할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은 지난 2일 영국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가 6일 오후 부랴부랴 귀국하는 등 위기의식 부재를 드러냈고, 그러는 사이 법무부를 비롯한 사정기관들은 연일 “유언비어 유포자 처벌” 등 엄정대처만을 강조했다. 중심을 잡는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정부 각 부처의 황당한 대응이 여론의 빈축을 사는 사례도 거듭되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안전처는 메르스 예방수칙을 담은 ‘긴급재난문자’를 휴대폰으로 발송했지만, ‘손 씻기’, ‘재채기 시 입과 코 막기’ 등 20일 전에 발송했어야 하는 뒤늦은 내용이었다. 확진환자 발생 직후 보건복지부가 ‘낙타와 접촉’, ‘낙타유’,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 등을 피하라는 안내로 누리꾼들의 조롱을 산 것과 유사한 패턴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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