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부분 폐쇄’를 하루 앞둔 14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 가림막이 설치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외래 중단 ‘뒷북’…이송 요원·의사 추가 감염 속출하자 ‘백기’
정부는 뒷짐만… ‘감염 병원 적극 격리’ 삼성만 예외 또 방관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14일 “(13일 확진 발표된) 137번 이송요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건 우리 책임이고 불찰”이라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7~29일 입원한 14번 환자의 직간접 접촉자 관리부터 허점을 드러냈다. 최규진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은 “아무리 삼성서울병원의 억울한 입장을 이해해준다고 해도, 14번 환자가 확진 통보를 받은 29일 이후의 상황은 명백하게 삼성서울병원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응급실 안’에 국한해 화장실과 카페 등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격리대상자 파악·관리 같은 기본마저 소홀했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5월27~29일 당시 응급실에 있었던 의료진과 직원을 곧바로 격리하지도 않았고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가 31일 오전까지 진료를 계속하도록 방치했다. 138번 감염 의사 역시 적어도 2일 이후엔 격리되어야 했지만 10일까지 진료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137번 환자인 이송요원은 2일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까지 계속 근무하면서 환자와 직원 216명을 접촉했다. 최 연구위원은 “의료인과 직원에 대한 감염 관리는 기초 중의 기초다. 의료인과 이송요원 등 직원들은 수없이 많은 환자를 직접 접촉하는데, 그들을 여태 놓치고 있었으니 삼성서울병원은 입이 두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조처 실패로 ‘평택성모병원발 1차 감염 확산’을 경험한 정부가 똑같은 ‘오판’을 두번 반복해 ‘삼성서울병원발 메르스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삼성서울병원 쪽에만 역학조사 등을 맡겨놓고, 이 이송요원과 추가 감염 의사를 놓칠 때까지 수수방관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감염이 발생한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또는 병동 자체를 격리할 계획”이라며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이후 대부분의 병원 또는 병동이 격리 수순을 밟았지만 확진자 145명 가운데 71명이 감염된 삼성서울병원만큼은 여지껏 예외였다. 그래놓고 삼성서울병원이 통제하지 못한 메르스 환자가 나올 때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온 응급실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14번 환자 접촉자를 찾아 관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3일에야 비로소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고, 9일 무렵부터 정부 역학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5월29일부터 10일 넘게 정부 역학조사가 지체된 탓에 감염 차단이 아니라 단순히 감염 경로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경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민간병원에 감염병 관리 권한을 맡긴 것 역시 패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은 1년에 6만명 이상의 환자가 내원하는 초대형 병원이다. 병상 수는 1959개로, 암센터까지 합치면 국내 최대인 서울아산병원의 2700여개와 엇비슷한 규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외래 진료를 2~3주 중단하면 입원환자 감소 등 손실액이 1000억원 이상일 텐데, 삼성서울병원이 스스로 광범위한 격리조처와 부분 폐쇄조처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상 초유의 여론 악화가 아니었다면 삼성서울병원이 스스로 병원을 부분 폐쇄하는 일도 불가능했으리라는 관측이다. 전정윤 임인택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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