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의 절반가량(48%)인 60명(6월12일 현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당국, 의심·일반환자 ‘선별 지침’뿐…“치료 내용 등 공유해야”
“열이 있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아니라고요?” 서울 은평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ㄱ씨는 요새 하루에 서너 차례씩 비슷한 질문을 듣는다. “삼성서울병원에 외래 환자로 방문한 적이 있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찾아오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아프다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도 의사로서 ㄱ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ㄱ씨는 “개인병원이다 보니 건물 밖에 임시 진료소를 운영할 수 없어 보건소에 연결해주려 하지만 보건소에선 메르스 관련 병원 방문 이력이 없으면 안 받아줘, 환자를 설득해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15일 말했다.
2012년 중동에서 처음 발생해 지난달 상륙한 메르스는 현장의 의사들에게도 ‘낯선’ 전염병이다. 교과서를 통해 배운 적도, 환자를 통해 직접 병의 예후를 지켜본 적도 없어 진료에 애를 먹고 있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선별할 정부의 ‘지침’은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4차 감염자가 나오고 지역사회 감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르스 관련 병원이나 중동 방문 이력이 있는 메르스 의심환자’와 ‘그렇지 않은 일반환자’로 나누는 이분법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2·3차 병원에서도 의료진의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일하는 ㄴ씨는 “메르스에 대해 아는 건 문헌에서 보거나 알음알음 전해들은 정도”라며 “의심환자들을 가려내야 하지만 나조차 메르스 확진 환자를 본 적이 없어 이 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메르스 감염환자 사례’를 현장의 의료진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150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의 치료 내용에 대한 통계 분석과 개별 환자의 증상, 경과 등을 보건당국이 정확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사례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또다른 개업의 ㄷ씨는 “한국에서의 메르스 양상이 중동과는 다르게 드러나는 만큼 실제 환자의 치료 과정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