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격리센터로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이 1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치료 격리센터가 있는 서울의 한병원 응급실로 고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사망자 19명으로 늘어
바이러스 배출량 많은
환자와 접촉했거나
모두 고령이라 병세 악화
정확한 사인은 판단 못해
40대도 첫 사망자 발생
평소 간질환·당뇨 지병 앓아
바이러스 배출량 많은
환자와 접촉했거나
모두 고령이라 병세 악화
정확한 사인은 판단 못해
40대도 첫 사망자 발생
평소 간질환·당뇨 지병 앓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려 사망한 환자 19명 중 4명은 평소 암이나 당뇨·호흡기질환·신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지병)이 없었는데도 숨졌다. 40대 사망자(49)도 처음 나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아직 사례가 적어 명확한 원인을 분석하지 못한다고 밝혀, 메르스 위험성에 대한 시민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일 “기존 확진자 가운데 38번째 환자(49)와 98번째 환자(58), 123번째 환자(65)가 15~16일 새 숨져 전체 사망자가 1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19명 중 만성호흡기질환,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 등 지병이 있던 환자는 15명(79%)이다. 반면, 이날 사망자로 발표된 98번째·123번째 환자와 앞서 사망한 81번째 환자(61), 51번째 환자(72)는 평소 별다른 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질환 탓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던 환자는 노출된 바이러스 양이 적어도 감염 가능성이 높다. 또 감염 뒤에도 바이러스의 번식 속도가 빨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무런 질환이 없었는데도 사망한 경우, 의료계에선 원인이 ‘숙주’(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이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사망자가 모두 50대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 나이가 많을수록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16일 숨진 123번째 환자는 65살, 지난 15일 숨진 98번째 환자는 58살이다. 81번째 환자와 51번째 환자 역시 각각 62살과 72살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평소 중증질환이 없었던 4명의 사망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 또 123번째 환자는 평소 고혈압 증상이 있었다”며 “이들은 메르스에 취약한 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윤태 한전병원 감염내과 과장도 “50대 이상은 감염질환의 위험군에 속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98번째 환자(58살)의 사망은 다소 뜻밖”이라며 “아직 충분한 정보나 사례가 축적되지 않아 어떤 이유로 상황이 악화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들이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하다”며 “폐렴 등 다른 감염 질환에서도 평소 건강하던 20~30대가 숨지는 사례가 있는 만큼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통계 자료를 보면 메르스 사망자의 30%는 평소 지병이 없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첫 40대 사망자가 된 38번째 환자는 평소 간질환과 당뇨를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망자는 16번째 환자와 대전 대청병원에 같이 입원해 있다가 지난 5일 확진됐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여전히 상태가 불안정한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째 환자와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119번째 환자를 포함해 모두 16명이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경찰관은 둘 다 30대이고 평소 중증질환이 없었는데도 인공호흡기 등을 부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역력을 떨어뜨릴 만한 과로 또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오히려 폐 등을 망가뜨렸다는 추정도 나온다. 나머지 102명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대책본부는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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