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의원, 권역별 처리 추진
환경부·병원·업체 반대로 표류
세브란스병원 등 이동거리 줄여
환경부·병원·업체 반대로 표류
세브란스병원 등 이동거리 줄여
메르스 치료·진단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이 300㎞ 넘게 이동해 지역에서 소각처리되는 상황(<한겨레> 6월16일치 6면)에서, 일부 대형병원들은 의료폐기물의 이동거리를 줄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원거리 이동을 금지하고 ‘권역별 폐기’를 의무화하는 관련 법안은 2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안심병원’인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293㎞ 떨어진 경북 고령의 업체에 의료폐기물 처리를 맡겨오다, 지난 11일부터 이 업체가 운영하는 충남 천안 처리장에서 소각처리하고 있다. 이동 거리는 80여㎞로 크게 줄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16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서울 가톨릭성모병원도 지난 1월부터 고령이 아닌 천안 처리장에서 의료폐기물을 소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폐기물 권역별 처리를 의무화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2년째 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9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전염 위험이 높은 의료폐기물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병원들이 낮은 비용을 찾아 멀리 떨어진 지역 업체에 의료폐기물 처리를 맡기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권 △강원·충청·호남·제주 △대구·경북·경남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에서 배출한 의료폐기물은 해당 지역 내에서 폐기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에 대해 환경부와 대한병원협회, 주요 처리업체 등은 반대하고 있다. 의료시설이 밀집한 수도권의 경우 처리업체 부족으로 폐기물 처리가 어려울 수 있고, 권역에 따라 오히려 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이 병원들의 최저가 입찰경쟁 관행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병원은 밀폐용기, 수집, 운반, 처리 과정 모두를 업체에만 맡기고 낮은 가격만 불렀다. 메르스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정부가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업체를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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