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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심한 잠꼬대를 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20명과 이런 장애가 없는 10명을 대상으로 수면 전후 뇌파검사를 한 결과를 분석했더니,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평소 인지장애가 없어도 대뇌의 네트워크 이상이 치매나 파킨슨병의 초기단계와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렘수면은 자면서 꿈을 꾸는 단계인데, 이 때 뇌는 깨어 있을 때처럼 활성화되지만 팔다리의 근육은 일시적으로 마비돼 실제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꿈을 꾸면서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있지 않아 꿈의 내용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주로 50대 남성들에게 발생한다. 보통 기분이 나쁘고 폭력적인 꿈을 꾸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팔다리를 과격하게 휘젓거나 옆에서 자는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특히 노년기에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증상이 발생하고 5~10년 뒤 상당수가 파킨슨병이나 치매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을 수 있다.
정기영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신경 퇴행성 과정의 초기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 노년기에 이런 장애가 있으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렘수면장애로 진단되면 퇴행성 신경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운동장애와 인지기능장애에 대한 자세한 검사를 거쳐 필요하면 치료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제1차 아시아수면학회에서 발표됐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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