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첫번째 진료 뒤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정 감염병 신고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방문한 전남 광양시의 한 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 18일 첫 진료에서 해당 환자가 최근 2주 이내 브라질 방문 사실과 발열, 근육통 등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 오한, 구역질과 목구멍이 빨갛게 변하는 증상도 파악했다. 하지만 이 의사는 감기와 위염으로 진단해 관련 약을 처방했다. 첫 진료를 받고 하루가 지난 19일부터 발진이 나타나자 이 환자는 이틀 뒤인 21일 의원을 다시 찾았고, 이 때 의사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보건소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2일 열린 브리핑에서 “브라질 등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다녀온 뒤 열이 나고 근육통이 조금 있을 때 모두 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하면 혼선을 빚을 염려가 있다. 이번 의사는 신중하게 판단을 했는데, 아주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신고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첫 진료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왔다. 우선 질병관리본부의 지카 바이러스 환자 신고 지침을 보면, 증상 시작 2주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국가를 방문한 이력이 있고, 37.5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두통 가운데 하나 이상이 동반된 경우 24시간 안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처음 의원을 찾았을 때 해당 의사는 감기와 위장염으로 판단했다. 비록 이 진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진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의무가 없다. 환자의 두 번째 방문에 발진 등이 추가로 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신고했기 때문에 신고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알고도 일부러 신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초기 증상은 열이 나기는 했지만 흔히 환자들이 말하는 몸살감기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구역질 등 지카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아닌 것도 있어 처음에 진단을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두번째 진료에서 곧바로 신고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감염내과 교수는 “브라질 등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다녀왔고 발열과 근육통이 있었다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했어야 했다. 아마도 환자가 남성인데다가 증상이 심하지 않아 좀 더 두고 보자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두번째 방문에서 발진이 추가로 나타나자 바로 신고했기 때문에 신고의무를 어긴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료의사의 신고의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이나 오한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 발생 국가를 방문한 뒤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첫 환자로부터 검출한 지카 바이러스의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브라질 등에서 유행하는 지카 바이러스와 99.4%가량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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