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대구·경북(TK) 출신으로 거의 평생 새누리당과 가까웠던 제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간다고 하니까, 대구에 있는 친구들이 깜짝 놀랐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3년 동안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소득이 많으면 많이 내고 못 벌면 덜 내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만들려 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가 돼야 부과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이 가능하겠기에 옮긴 겁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만난 김종대(사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8일 더민주에 입당했다. 현재 보건의료 분야 정책위원을 맡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공무원 출신으로 1999년 사직한 뒤, 2006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원내대표 자문위원장을 맡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2011~2014년)에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김 전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 시절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거의 다 만들어놨는데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시간만 끌면서 추진하지 않았다”며 “중국 고전 <예기>에 보면 임금에게 3번 건의해도 이를 듣지 않으면 떠나라는 말이 있는데, 박근혜 정부에 3번이 아니라 3년 동안 얘기했는데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근로소득 외 별도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와 많은 소득이 있지만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는 이들에게는 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소득이 거의 없지만 전월세를 재산으로 간주해 많은 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자체적으로 꾸린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만든 개선안을 발표하려다 발표 하루 전 이를 취소했고, 이후 여론과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하자 여당과 정부가 협의체를 만들어 추진한다고 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중단 상태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고소득층의 눈치를 보다가 정부와 여당이 이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전 이사장은 1990년대 후반, 직장과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던 의료보험을 건강보험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직장과 지역의 건보료 부과 방식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며 강력 반대하다 공직을 떠났다. 당시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그를 ‘조합주의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부과체계 개선 없이는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퇴임 직전인 2014년 11월초 퇴임 뒤 자신의 보험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활고로 동반자살을 했던) ‘송파 세 모녀’는 소득이 거의 없지만 전월세가 재산으로 간주돼 한달에 5만원 넘게 내야 했지만, 나는 5억원이 넘는 재산과 연간 수천만원의 연금 소득이 있음에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고 밝힌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은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처지의 저소득층 가구가 많다. 이 때문에 한해에 거의 6000만건에 이르는 보험료 민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쏟아지고 있다”며 “새 국회에서는 이런 모순된 부과체계를 반드시 개선해야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건강보험이 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선진복지국가들처럼 보장성을 강화해 ‘아파도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통과시켜달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서도 김 전 이사장은 “이 법의 취지는 의료를 경제부처 산하에 두면서 돈벌이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정부가 말한 일자리 창출이 된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오히려 공공재인 의료를 상업화하면서 건강보험의 뿌리마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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