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다녀온 여행객이 두 번째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27일 확인된 가운데,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지카 바이러스 주의 간판이 서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필리핀 방문한 한국인 두번째 감염자로
국내 두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필리핀을 여행하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이 한층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첫 환자가 상대적으로 먼 나라인 브라질에서 감염된 것과 달리 이번 환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에서 감염됐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나흘 연휴가 생기면서 동남아 여행 문의 등도 늘고 있는데, 보건당국은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물론 베트남, 필리핀 등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생기는 지역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인 20대 남성은 신혼부부 등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필리핀의 보라카이를 지난 10~14일 여행하다가 모기에 물려 감염됐다. 이 섬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한해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두 달 동안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생긴 45개 국가를 ‘유행국가’ 또는 ‘산발적 발생국가’로 분류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유행국가, 필리핀은 산발적 발생국가에 해당한다. 유행국가는 환자 수가 10명 이상이거나 2개 지역에 환자가 생긴 경우, 2개월 이상 환자 발생이 지속되는 경우이며, 산발적 발생국가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 수가 10명 미만인 경우다. 질병관리본부는 “임신부의 경우 발생국은 가능한 한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발생국가를 여행한다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 기피제나 모기장 등을 이용하는 것이 권고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이날 자정께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지만, 발진 외 별다른 증상이 없어 이날 오후 퇴원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이 남성의 형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만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유전자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두 명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보면 발열이 항상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고 발진이 주요 증상이었음을 고려해 진단기준에서 발열 기준을 삭제하고 발진을 주요하게 살펴보도록 진단기준 고시를 다음달 4일부터 변경한다고 밝혔다.
국내에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흰줄숲모기가 서식하는데, 현재까지의 검사에서는 지카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지난 2월15일~3월4일 제주 등 주요 아열대 지역 5곳에서 모기의 동절기 활동을 조사한 결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의 성충은 채집되지 않았다”며 “흰줄숲모기는 국내에서 알 상태로 월동하기에 겨울철에는 모기를 통해 추가 전파될 위험성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별다른 치료 없이 완치되지만, 임신부의 경우 신경학적 장애가 있는 소두증이 걸린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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