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병원의 인수나 합병을 가능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병원의 영리 추구 행태를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 국회와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법인의 인수 및 합병을 가능하도록 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을 보면 의료법인 병원은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 의료법인은 인수·합병이 불가능하며, 파산 등으로 해산하면 의료법인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되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병원의 영리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어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경영진은 병원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환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수익을 내고 병원 노동자를 쥐어짜려고 할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내서 자산을 축적한 병원이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주변 병원을 인수해 영리화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또 “의료민영화 반대를 당론으로 한다던 더민주당이 새누리당과 손잡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미국 국립의료경영연구 재단에서 2009년에 나온 자료를 보면 병원의 인수·합병이 병원비를 최소 5%에서 최대 50% 이상까지 상승시키는 반면 의료의 질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보고했다”며 “병원의 인수·합병은 본질적으로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므로 미국 영리병원의 사례처럼 필수의료시설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앞으로 법안심사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효력을 갖는데, 더민주당은 법사위 등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의 의료 영리화 비판이 많아 이달 중순쯤에 열릴 예정인 법사위에서 관련 문제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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