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자살추정 사망자 기준 약 234명 생명 살려”
희귀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다가 이를 비관해 자해 한 20대 남성(경기 고양시)은 응급실로 실려와 상처를 치료한 뒤 ‘사례관리사’를 만나게 됐다. 사례관리사는 우선 이 남성의 좌절감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을 했고, 이후 점자교육과 보행 훈련 등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사회 복지단체와 연결해 비록 시력을 잃어가지만 용기를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도왔다.
보건복지부는 이 남성과 같이 자살 시도 뒤 응급실로 실려온 이들을 상담하고 퇴원 뒤에도 지역사회의 복지·의료서비스에 연계하는 사후관리 사업을 한 결과, 자살 시도자의 자살 사망률을 절반 가량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3일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까지 전국의 27개 병원 응급실을 찾은 1만3643명의 자살 시도자 가운데 사후관리 서비스에 동의한 6159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5년 연말 기준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의 10.6%가 사망했는데,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지 않은 비수혜자의 사망률은 14.6%로 수혜자의 5.9%에 견줘 2.5배나 됐다. 특히 손목 자상, 약물·가스중독 등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자의 비율은 5.7%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은 수혜자의 자살 추정 사망률은 3.7%로 집계돼 비수혜자의 7.5%에 견줘 절반 수준이었다.
복지부가 이처럼 자살 시도자의 사후관리에 나선 데에는 자살 시도자의 자살 사망률이 크게 높기 때문이다. 2014년 발표된 자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의 자살 사망률은 한해 10만명당 약 700명으로, 일반 인구의 자살 사망률인 28.1명보다 25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원광대 산본병원에서 사후관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위대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찾은 이들은 혼자 오거나 치료도 제대로 받지 않고 퇴원해 염려되는 경우가 많다. 자살 시도자는 사후관리를 통해 적절한 치료나 지역사회 서비스로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을 기반으로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서비스의 성과가 확인된 만큼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자살 재시도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