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자에게 지급되는 출입카드. 응급실이나 병동 입구에 차단문이 설치돼 있는데, 이 카드를 대어야만 자동으로 문이 열려 출입이 가능하다. 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의 절반 가량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생겼다. 14번째 환자가 폐렴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아 사흘 동안 머물면서 모두 90명에게 메르스가 전파됐다. 당시 이 병원은 음압 격리병상도 없을 정도로 감염병에 취약해 메르스에 감염된 이곳 의료진이 서울대병원 등으로 옮겨 치료를 받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격리병실을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의료관리학)와 함께 돌아봤다.
우선 응급실 밖의 별도 공간에 선별진료실과 발열호흡기진료소를 새로 지은 것이 눈에 띄었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응급실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는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에 선별진료실에서 고위험 감염병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을 받는다”며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24시간 근무하면서 폐렴 등 감염병이 의심되면 발열호흡기진료소에서 응급진료를 받게 한다”고 말했다. 호흡기진료소에는 음압격리실 11개(성인 환자 6명, 소아 환자 5명)가 설치돼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메르스와 같은 큰 규모의 감염병 유행 사태에 대비해 국가격리병동 수준의 음압격리병상도 총 8개를 별도의 건물에 마련했는데, 일반 환자와 감염병 환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이 분리돼있었다. 감염내과 전문의 3명이 상주하는 감염병대응센터도 신설됐다.
환자 보호자들은 응급실이나 병실을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게 만들었다. 응급실이나 모든 병동의 입구에 카드를 대어야만 자동으로 열리는 차단문이 설치돼 있었다. 이 카드는 환자당 보호자 1명만 받을 수 있다. 병문안도 저녁 6~8시로 하루 2시간만 허용하고 있다. 김윤 교수는 “여전히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다는 문제, 즉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제외하고는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르스 유행을 겪었던 강동경희대병원도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응급실 개조 공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을 접수, 대기공간, 일반 환자 구역, 음압병동이 있는 감염구역 등으로 나누고 각각 색깔을 달리해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를 오는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 가운데 응급실이 가장 혼잡한 서울대병원의 응급실 개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복지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데, 병원이 도심에 있다보니 공간 마련이 쉽지 않아 2018년 이후에나 응급실 개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