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자주 마시고 한낮 외출 자제를
“아이고, 5월인데 벌써 이렇게 더워서야 올여름은 어떻게 날까 싶소.”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 나와 쉬던 정일호(78)씨는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어 연신 부채질을 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종묘공원에는 그늘을 찾아 사람들이 모였다. 김석환(75)씨는 “이렇게 더운 날에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그늘에만 앉아 있어야 해. 나돌아 다니면 쓰러져”라고 말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냉면집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 중구의 한 평양냉면집 앞에는 점심시간이 되자 20m가량 줄이 늘어섰다. 직장인 박아무개(28)씨는 “날씨가 너무 덥기에 냉면이 생각나 직장동료들과 왔다”고 말했다. 거리에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이들도 많았다. 대학생 손지은(22)씨는 “아이스커피를 샀는데 얼음이 10분도 안 돼 다 녹아버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더위에 보건당국은 열사병, 일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참고로 지난해 한낮 더위가 시작된 5월24일부터 한낮 무더위가 거의 끝난 9월5일 사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앓은 사람 가운데 신고된 건수는 1056건으로, 2014년도 556건의 1.9배가량이었다. 사망자 11명 중 7명은 60살 이상 노년층이었다. 대부분 한낮에 밭이나 논 등에서 혼자 일하다가 쓰러진 뒤 뒤늦게 발견돼 사망한 사례였다.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 발생률은 50대 2.68명, 60대 3.10명, 70대 3.88명, 80대 이상 7.47명 등으로 고령층일수록 높아졌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물을 자주 마시고, 한낮 온도가 30도를 넘는 등 무더위에는 외출을 삼가고 햇볕이 없는 곳에서 충분히 쉬어야 한다.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하고, 어두운 색깔 옷이나 달라붙는 옷 등도 피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면, 곧바로 시원한 장소로 환자를 옮기고 수분을 공급해줘야 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는 119 등에 신고해 신속한 처치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이재욱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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