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혈액투석 중에 전파됐을 수 있어”
환경 검체에서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안 나와
손씻는 시설부족, 장갑 미착용 문제 드러나
관련 전문가 “평소 감염 관리 무감각이 문제”
환경 검체에서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안 나와
손씻는 시설부족, 장갑 미착용 문제 드러나
관련 전문가 “평소 감염 관리 무감각이 문제”
종합병원 규모인 건국대 충주병원에서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3명이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혈액투석 과정에서 C형 간염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례는 다나의원 등 모두 의원급이었지만, 종합병원에서도 전파 사례가 나오면서 대형병원의 감염 관리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질병관리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건국대 충주병원은 지난 7월 기준 이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 73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B형 및 C형 간염의 감염 여부 등을 조사해 왔다.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감염 경로는 혈액투석이나 주사기 공동 사용, 수혈, 성 접촉 등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충주병원은 혈액투석 환자들 가운데 3명은 이미 C형 간염에 걸린 상태에서 혈액투석을 받던 환자들인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또 다른 3명이 C형 간염에 새롭게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2일 질병관리본부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혈액투석이나 주사 등 의료 행위와 관련된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체를 분석한 결과, 새로 확인된 C형 간염 환자 3명 가운데 1명은 기존의 환자와 같은 유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명에게서 나온 검체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의료 관련 감염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장에서 채취한 투석 장치 등 환경 검체 20건을 검사했으나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감염 원인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투석을 받을 때 환자들은 혈액이 혈관 안에서 굳지 않도록 헤파린이라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는데 이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형 간염 환자의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을 때 혈액이 헤파린이 보관된 용기로 튀면서 헤파린에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들어가 이를 투여받은 다른 환자에게 전파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충주시보건소와 함께 추가 환자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건국대 충주병원의 C형 간염 정기검사 주기를 기존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해 실시할 계획이다. 3명의 환자 가운데 마지막 환자가 확인된 시점이 지난달 1일인 만큼 C형간염 최대 잠복기인 내년 2월까지 혈액투석 환자들을 매달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원의 혈액투석실을 조사한 결과 손을 씻는 세면대가 부족하고, 투석을 하는 구역에서 약물을 준비하고, 응급 상황에서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등 감염관리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을 확인해 개선하도록 조치했다.
의원급에 이어 종합병원급에서도 C형 간염이 전파된 것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평소 감염 관리에 무감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사를 놓거나 혈액투석 등과 같은 처치를 통해 C형 간염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은 의료계에 충분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장갑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부족한 것은 평소 병원이나 의료인조차 감염 관리에 철저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의료인에게 감염 관리 교육을 하고 감염 관리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거나 인력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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