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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내년 건보 정부지원 10년만에 첫 삭감…국고지원 없애려는 사전포석?

등록 2016-09-04 18:02수정 2016-09-04 21:25

정부 2017년 예산안서 2211억원 줄여
2007년 현행방식 지원 이후 첫 감액
“의료비 부담 줄이려면 지원 더 늘려야”
윤소하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6월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야당과 시민단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줄여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윤소하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6월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야당과 시민단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줄여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건강보험 지원액을 올해보다 2211억원이나 깎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현행 방식대로 지원해온 2007년 이후 건강보험 지원 규모를 전년보다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국고지원을 대폭 줄이려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을 현재 수준보다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4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예산이 올해 7조975억원에서 내년에 6조8764억원으로 2211억원 삭감됐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해마다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20%(일반회계 14%+담배부담금 6%)를 지원해야 한다. 보험료 수입은 계속 가입자가 늘고 보험료가 매겨지는 소득도 증가하기 때문에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보험료 수입의 20%로 정해진 정부지원도 늘어야 하는데, 정부가 임의로 지원액을 전년보다 깎아버린 것이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건강보험 지원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한번도 없었다. 2007년~2015년에 법에 정해진 지원비율보다 덜 준 돈이 3조8731억원에 이른다. 보험료 예상수입을 산정할 때, 가입자 수 및 소득 증가를 반영하지 않고 과소추정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축소 편성해온 것이다. 한 예로, 정부가 산정한 2015년 보험료 예상수입은 39조8천억원이었지만, 실제 보험료 수입은 44조원으로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정부지원율은 해마다 보험료 수입의 20%에 미달한 15~16% 수준에 그쳤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는 보험료 수입을 과소추정하는 한편 보험료 수입의 14%(일반회계 기준)가 아닌 11%만 주도록 예산을 삭감해버렸다. 앞서 복지부는 내년 보험료 예상수입의 12%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올해보다 1천억원을 증액하는 예산 요구안을 제출했으나,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다시 11%로 낮춰 버림에 따라, 증액은커녕 삭감된 것이다. 이제훈 기재부 연금보건예산과장은 “현행법상 예산 범위 내에서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주게 돼 있어 탄력적으로 짤 수 있다”며 “전반적인 정부 예산 사정과 건보 재정 상황을 고려하되, 건보 흑자가 유지되는 선에서 지원규모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재정의 흑자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4조1700억원이다.

이에 대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건강보험법상 국고지원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조항 문구의 모호함을 악용해서 지원액을 줄이고 있다”며 “앞으로 국고지원 제도를 없애거나 축소 개편하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현행 지원 방식은 내년말에 종료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지원 수준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건보재정에서 정부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5.4%에서 2014년 13.6%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보험료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83.2%에서 85.0%로 더 높아졌다. 정부지원 비중은 줄고, 가입자들의 부담은 더 늘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운영체계를 가진 대만과 일본의 정부지원 비중은 각각 36%와 35%에 이른다.

정부는 건보재정 누적 흑자(2015년 기준 16조9800억원)를 명분으로 정부지원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쪽에선 건보재정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건보에 대한 정부지원을 더 늘리고 누적흑자를 건보 보장성 확대에 적극 투입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정부지원이 과소 산정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후정산 제도를 도입하고, 정부지원이 2017년 종료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한 바 있다. 건보공단노조도 정부지원이 끊기면 건보재정 누적흑자가 불과 2년만에 고갈돼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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