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규제 더 약해” 안전성 강조
“호흡 아닌 피부·소화기 노출돼도
폐 섬유화 같은 부작용 없어” 주장
소비자들 여전히 불신 눈초리
“호흡 아닌 피부·소화기 노출돼도
폐 섬유화 같은 부작용 없어” 주장
소비자들 여전히 불신 눈초리
“회수 조처는 했는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한 종류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포함된 치약 149개 제품을 회수 조처하면서 내놓은 설명이다. 비록 사용해서는 안 되는 성분이 검출됐지만 극미량이어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의약외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보면 치약에 보존제로 쓸 수 있는 성분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등 3가지만으로 규정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149개 제품에는 이 3가지에 속하지 않는 성분(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 있는 탓에 회수 조치를 당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뿐만 아니라 이 3가지 외에 어떤 다른 성분이 검출돼도 회수 조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엠아이티/엠아이티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유해성 논란이 가열된 상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인체에 중대한 해를 일으키지 않으면 회수까지 했겠느냐. 식약처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은 업체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인체의 어느 부위에 노출됐느냐에 따라 독성도 다르게 나타난다. 해당 성분을 호흡으로 마셔 폐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겠지만 피부나 소화기계에 노출되면 폐 섬유화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치약에서 이 물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우리나라보다 약하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이 성분을 치약에 제한없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9년 위해평가 결과에서 치약 중 이 성분이 15ppm까지 포함돼 있어도 인체에는 안전한 것으로 나와, 치약처럼 입 안의 점막 등에 닿으면서 사용 뒤 씻어내는 제품류에는 15ppm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안만호 대변인은 “실제 국내 회수 제품 안에 잔류될 수 있는 시엠아이티/엠아이티의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인 15ppm과 비교할 때 매우 낮아 인체에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현재 수준에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어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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