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서초와 경기 분당에 사는 여성들은 유방암에 걸린 비율이 높고, 경북 군위군과 충북 보은군에선 폐암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는 199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단위로 15년치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군구별 암발생 통계 및 발생지도’를 발표했다. 시군구별 암발생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발생률은 ‘주민 10만명당 암진단자 수’로 산출한다. 복지부는 앞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암관리 사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24종류의 암 중에서 갑상선암이 지역별 암발생률에서 가장 격차가 컸다. 2004~2008년 구간의 경우, 남성 갑상선암 발생률이 전남 여수시는 37.7명인 데 견줘 강원 동해시는 2.6명에 그쳤다. 지역에 따라 14.5배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담낭 및 기타 담도암(6배)과 전립선암(5.8배)도 지역 간 차이가 큰 편이었고, 위암(2.2배)과 폐암(2.2배), 대장암(2.3배) 등은 상대적으로 지역간 차이가 적었다.
유방암(여성 기준)은 서울 강남·서초와 경기 분당구에서 15년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서초구의 경우, 1999~2003년 구간과 2009~2013년 구간에서 여성 유방암 발생률이 각각 41.1명(10만명당)과 65.1명으로 모두 1위였다. 복지부는 “서울 강남 3구와 경기 분당구에 거주하는 여성의 경우, 초경연령이 빠르고 출산율이 낮으며 출산연령도 늦어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위암은 충북과 경북, 전북의 경계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충북 옥천군은 지속적으로 2~3위를 기록할만큼 남성 위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5년 주기별로 충북 괴산군과 경북 영양군, 경북 울진군에서 위암발생률 1위였다. 또 남성 대장암 환자는 대전 유성구와 충북 증평군에서, 여성 대장암 환자는 충남 금산군과 청양군 등에서 많이 발생했다. 주로 대전시와 충청도 지역에서 대장암 환자가 많이 생긴 편이다. 폐암의 경우, 남성은 전남 화순군과 경북 군위군에서, 여성은 경북 청도군과 충북 보은군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하지만 위암과 대장암, 폐암 등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왜 발생률이 높은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하진 못했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이강현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은 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데, 길게는 30~40년에 걸쳐 진행된다. 현재까지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성 간암은 경북 울릉군과 전남·경남의 남부지역(고흥, 밀양 등)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B형 및 C형 간염의 높은 항체유병률(간염 항체를 가진 비율)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대도시에 견줘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담도암 환자가 낙동강 유역을 따라 많이 발생한 것은 인근지역에서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습관으로 인해 간흡충증 유병률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은 검진율이 암발생률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대도시에서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암연구소는 2003~2007년에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환자 중 여성은 90%, 남성은 45%가 과잉진단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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