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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32년 골초의 회한…“혀의 3분의 1을 잃었어요”

등록 2016-12-22 18:15수정 2016-12-24 09:27

고 이주일씨 이후 첫 증언형 금연광고
TV 직접 출연해 생생한 고통 전달
“누군가 보고 끊었으면 하는 바람”
23일부터 경고그림 담배도 판매 시작
32년간 하루 담배한갑반씩을 피우다가 구강암에 걸린 임현용씨가 TV광고에 출연해 흡연의 폐해를 직접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32년간 하루 담배한갑반씩을 피우다가 구강암에 걸린 임현용씨가 TV광고에 출연해 흡연의 폐해를 직접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혀의 3분의 1을 잃었습니다. 32년 흡연으로 구강암에 걸렸어요.”

22일 저녁부터 지상파 텔레비전 등에서 방영되는 ‘증언형 금연광고’의 주인공 임현용(55·가명)씨의 이야기다. 그는 어눌한 발음으로 “담배가 생각날 때 기억하세요”라며 자신의 사연을 읊조린다. 증언형 금연광고란 흡연 피해자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직접 밝히는 것을 말한다. 2002년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가 나와서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하는 공익광고가 방영된 이후 14년만에 처음 제작됐다.

임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32년간 하루 한갑반씩 줄담배를 피워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됐다는 우월감에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이후 농사를 짓다가 도시로 올라와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담배에 손이 갔다.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없었고 고된 노동을 계속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3년 전 심한 어지러움증을 겪으면서 금연을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올해 4월부터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 목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그는 구강암 판정을 받았고 수술로 지난 6월 혀의 3분의 1을 잃고 말았다. 허벅지살을 떼어다 붙였지만, 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잘 먹을 수도, 발음을 제대로 할수도 없었다. 암이 전이되면서 목의 임파선도 절제해야 했다. 항암치료를 거쳐,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임씨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체중이 빠지면 위험하다고 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밥을 먹었다”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에 이빨을 다 뽑았고 수술로 혀를 절제한 상태이다보니, 음식을 목안으로 억지로 밀어넣으면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는 “보험을 미리 들어놓지 못해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병원비로 다 썼다”며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를 찍게 된 계기를 묻자, 임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금연을 하게 만들어 나같은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담배를 피우는 분들이 이 광고를 보고나서 끊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증언형 광고를 제작한 보건복지부는 담배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만큼, 광고에 나올 출연자 발굴에 신중을 기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7~10월 금연광고 출연자 모집을 통해 10월말에 1차로 26명의 후보를 걸렀고, 이후 해당 질병과의 연관성, 적정성 및 중증도, 캠페인 적합성, 광고 효과성 등 4가지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임씨를 최종 선정했다는 것이다.

파격적 티브이 금연 광고에 이어, 23일부터는 서울 용산구 ‘지에스25 서울역점’ 등 편의점 5곳을 시작으로, 흡연 폐해를 알리는 ‘경고그림’이 표기된 담배가 판매된다. 담배공장에서 23일부터 출시되는 모든 담뱃갑에 경고그림이 표기되기 때문에 기존 담배 재고가 소진된 이후인 1월 중순부터 편의점 등에 본격적으로 깔리게 된다. 복지부는 “담배 경고그림은 2001년 캐나다에서 도입한 이래 현재 101개국에서 시행중”이라며 “경고그림을 도입한 주요국의 제도 도입 전후 흡연율 변화 추이를 보면 평균 4.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담배 판매점들이 진열을 할 때 경고그림을 가리는 등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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