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가 크게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이나 초중고생들 가운데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으면 지금이라도 챙길 것을 당부했다.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은 65살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임신부, 의료인, 생후 6~59개월 영유아로 이들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폐렴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플루엔자를 감염시킬 우려가 있어 예방접종을 받도록 하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주간 <건강과 질병>을 보면 지난 12월 11~17일주 기준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 기관의 외래 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61.8명으로 이전 주의 34.8명보다 77% 가량 늘었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기침, 고열, 근육통 등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임상 진찰을 통해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진단한 경우로, 최종 진단은 바이러스 확진 검사에서 나오지만 모든 환자에게 확진 검사를 할 수 없으므로 의심 환자도 확진 환자와 마찬가지로 치료한다.
이번 인플루엔자 유행은 특히 초중고생 나이대인 7∼18살에 집중돼 있는데, 이 나이대의 경우 외래 환자 1천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153명으로 이전주보다 42% 늘었다. 반면 전체 가운데 인플루엔자 환자 발생이 가장 적은 나이대는 65살 이상으로 외래 환자 1천명당 9명이었으며, 이어 50∼64살(외래환자 1천명당 22.2명)이 그 뒤를 이었다. 0∼6살과 19~49살은 각각 외래환자 1천명당 59.6명, 51.5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무료예방 접종 대상이어서 예방접종률이 높은 65살 이상 노인층에서 감염이 덜하고, 예방접종률도 낮고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서 감염이 크게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발생 현황을 일별로 살펴보면 지난 12일에는 외래환자 1천명당 55.8명이지만, 15일에는 62.4명, 17일에는 78.8명으로 높아졌다. 앞으로도 길게는 내년 봄까지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서두를 것을 당부했다. 고위험군 가운데 현재 65살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6∼12개월 영아는 지정 병·의원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고, 생후 12∼59개월 소아와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지정 병·의원에서 유료로 접종하면 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내년 개학 뒤에도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초중고생들도 가능하면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외에도 손을 자주 씻고 기침 예절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씻을 때에는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씻어야 하고, 기침·재채기가 나오면 옷깃·손수건·휴지 등으로 입을 가려야 한다. 발열과 함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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