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
당국 “감염 환자처럼 위기대응”
당국 “감염 환자처럼 위기대응”
지난 6일 경기도의 한 보건소에 최근 중동 지역을 다녀온 20대 후반 여성이 방문했다. 8달 동안 아랍에미레이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달 22일 귀국한 이 여성은 5일부터 열과 기침 등이 생겼다. 스스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것으로 의심하고, 주변 사람들과 접촉을 피한 채 마스크를 쓰고 보건소를 찾았다. 메르스 위험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은 열이나 기침 등이 나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도록 돼있다. 이 보건소 진료의사는 2년 전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지난 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여성은 기침, 가래 등 호흡기증상이 있었고 체온도 37.5도 정도로 열이 있어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판단하고 곧바로 보건소 감염관리팀에 이를 알렸다”고 말했다.
보건소 감염관리팀은 경기도 역학조사팀에 메르스 의심 환자를 보고했고, 경기도 역학조사팀은 곧바로 이 환자를 격리시키고 이 환자와 접촉한 환자가 있는지 조사하도록 보건소에 지시했다. 이날 보건소를 찾은 환자가 많지 않아 의심 환자가 대기하는 동안 접촉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감염관리팀이 진료기록부를 보고 이 환자 진료 전후의 환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감시에 들어갔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뒤 처음으로 메르스 의심 환자를 봤다는 진료의사는 “메르스 의심 환자와 같이 있었던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크게 놀랐을 수 있으나, 사실 감염 예방 수칙만 잘 지키면 그리 겁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메르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채취된 이 환자의 검체는 이날 오후 7시50분께 보건환경연구원으로 이송됐고, 이날 밤 12시께 1차 검사에서 메르스가 아닌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판정됐다. 다음날인 7일에도 2차 검사가 이뤄졌고, 이날 오후 6시께 검사 결과에서도 메르스 음성으로 판정됐다.
이 경우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스스로 보건소 등을 방문한 경우지만, 갑작스럽게 의심 환자가 발생해 병원이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수년 동안 주기적으로 이 병원 투석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동 출신 한 60대 남성이 중동을 다녀온 뒤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투석 치료를 받고 귀가한 뒤 열이 나서 이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은 일이 발생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메르스를 의심하고 병원과 서울시 역학조사팀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병원은 투석실을 임시 폐쇄했다. 결국 메르스는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 유행 뒤 많은 의료기관에서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는 선별진료실에서 별도로 진료하기 때문에 응급실 등이 폐쇄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의심 환자 판정은 지난해 200건이며, 올해에도 9일 기준 46건에 이른다. 2015년 12월 메르스 종료 선언 뒤 국내에서 메르스 환자는 한 명도 없었지만, 언제든 유입 가능성은 있다. 박기수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관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신고되면 음성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실제 환자가 발생한 것처럼 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격리나 의료기관 폐쇄 등으로 국민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해 보건당국의 조치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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