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임상심리전문가 박혜원 소장
<우리 아이 언어치료 부모 가이드>의 번역에 참여한 임상심리전문가 박혜원씨가 활짝 웃으며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움직임·감각·소리·냄새 등에
민감한지 둔감한지 먼저 파악 자폐아 의사소통은 4단계인데
단지 말 주고받는 것 외에도
얼굴 표정이나 몸짓·행동 등 다양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는 이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느끼는지 모른다면 쉽게 지칠 수 있어요. 부모가 자폐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부모만큼 자폐아에게 좋은 언어치료사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번역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최근 <우리 아이 언어치료 부모 가이드>를 번역한 박혜원 연우심리상담소장의 말이다. 그는 이로미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교육학과 객원교수와 조아라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와 함께 봉사의 일환으로 이 책을 번역해 지난달 초 한국판을 내놨다. 캐나다 비영리기관 하넨센터에서 진행하는 조기 언어 발달 프로그램 내용을 집대성한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아동의 부모에게 의사가 권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이 책의 내용이 정말 좋아요. 어떻게 보면 ‘영업 비밀’에 해당되는 내용이 많거든요. 부모가 이 책의 내용을 활용하면 아이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출판사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어요. 다들 돈이 안 되는 책이라며 난색을 표명하더라고요. 번역자 셋 모두 번역비를 안 받는다고 해도 출판해준다는 곳이 없었어요. 마침내 출판할 곳을 찾아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영업 비밀’ 담긴 책 번역 지난달 초 출간기념회 겸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박 소장을 만났다. 그는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가 정기적인 치료 외에도 스스로 역량을 키워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에게 자폐아의 특징은 무엇인지, 자폐아를 보살피는 부모들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발간하는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보면, 국내 자폐성 장애아는 늘고 있다.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대상자 가운데 자폐성 장애아는 2017년 기준 1만1422명이다. 이는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8만9353명의 12.8%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2013년 8772명(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약 10%)보다 2600명가량 늘었다. 사회의 편견 때문에 공식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아이들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페아와 그를 키우는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말아톤’.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주인공이 마라톤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거는 과정을 담았다. 한겨레 자료.
혼자 장난감 갖고 놀게 하지 말고
사람과 함께 노는 즐거움 깨닫게 벽돌 쌓듯 단계마다 하나하나 확실히
끝이 어딘지 모를 긴 터널
서두르지 말고 지치지 않도록 예를 들어 소리에 과민한 아이는 누가 청소기만 돌려도 귀를 틀어막고 운다. 이런 아이는 부모가 조용하고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움직임에 과민한 아이는 움직임을 피한다. 시각에 과민한 아이는 눈을 자주 깜빡이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촉각에 과민하면 머리를 감거나 자르는 것을 싫어하고 손에 찰흙이나 진흙, 물감이 닿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나 같은 자폐아라도 감각에 둔감한 아이는 이와는 반대다. 소리에 둔감해 음악이나 특정 소리를 좋아하고 어떤 소리를 내는 장난감을 좋아한다. 엄마 아빠가 연기하듯이 말을 걸면 좋아한다. 시각에 둔감한 아이는 시각 자극을 추구해서 불을 자꾸 껐다 켰다 하고, 책장이 넘어가는 것이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과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지켜본다. 움직임에 둔감한 아이는 뛰고 흔들고 빙빙 도는 것을 좋아한다. 촉각에 둔감한 아이는 담요를 돌돌 말고 있거나, 소파 뒤 같은 좁은 공간에 끼어 있으려고 한다.
지난달 초 임상심리전문가 박혜원씨가 서울 올림픽파크텔 아테네홀에서 ‘네 마음을 보여줘’라는 주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의 언어 및 사회성 증진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씨는 캐나다 비영리기관 하넨센터의 언어 발달 프로그램을 집대성한 <우리 아이 언어치료 부모 가이드>의 번역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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