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장근의 수련, 지금여기서/내가신장
무술 입문 단계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자세버티기. 그 효과는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등척성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시키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깊숙한 힘의 원천과 조우하도록 유도하며, 때로는 통과의례로써 배우는 사람의 심지를 확인해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산중무예 기천에서는 ‘내가신장(內家神掌)’이라는 자세버티기 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데 이 동작은 문파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내가신장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두 발과 두 손을 합한 네 관문으로 기운을 보내는 연습을 하고자 함이다. 발바닥으로부터 몸통을 거쳐 두 손바닥으로 이어지는 힘의 경로를 인식시켜 자칫 흐물흐물해지기 쉬운 유려한 동작에 골조를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먼저 지면과 닿아있는 발바닥의 두 관문부터 제 위치에 놓아보자. 두 발의 간격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넓게 하고 발장심(용천혈)을 축으로 발뒤꿈치를 바깥쪽으로 45도 가량 벌려 딛으며 안짱이 되게 한다. 여기서 자세를 낮추면 무릎이 가운데로 모이게 되는데 두 무릎 사이에 주먹 한 개 반이 들어갈 정도로 보폭을 조정한다. 뒤꿈치를 종이 한 장 정도 띄우고(체중을 싣지 말라는 의미) 의식을 발장심에 집중한다. 자세가 안착된 다음 마지막으로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조여 준다.
다음으로 손바닥 두 관문의 위치다. 우선 손목을 손등쪽으로 꺾어 손바닥이 앞을 바라보게 만든 다음 손끝이 몸중심선을 향하도록 팔을 안쪽으로 튼다. 팔뚝에 기분 좋은 비틀림 자극이 느껴진다. 그런 다음 두 손의 장심이 세로로 일직선 상에 놓이게끔 두 손을 위아래로 쌓아올린다. 윗손이 턱 보다 약간 아래에 오도록 높이를 맞추고 가슴으로부터 적정 간격을 띄우는데, 팔꿈치를 완전히 펴지 않아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둥글게 원을 이루도록 한다. 여기까지 형성된 손모양은 무술적 타격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손의 높이는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데, 앞에서 제시한 기준 높이 보다 더 상향을 바라볼 수도 있고 땅을 누르듯 아래로 향할 수도 있다. 다만 수평에 가깝게 뻗었을 때 어깨에 부담이 가지 않고 순한 기운을 느끼면서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가 있다.
이제 손과 발, 두 지점을 연결할 차례다. 우선 약간의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상호 관계를 점검한 다음 고정된 자세버티기로 넘어간다. 구부렸던 무릎을 펴고 자세를 일으켜 세우면서 두 손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겨드랑이 옆에 잰다. 그 결과로 견갑이 붙고 가슴이 열린다. 다시 자세를 낮추면서 손바닥으로 앞쪽을 향해 밀어내는데 하체에서 압축된 힘이 몸 속의 관을 통해 손바닥으로 뿜어져나간다는 상상을 한다. 오금질을 한번 할 때마다 위아래 손 위치를 바꾸어준다. 여기서 고정자세로 오래버티기를 하고자 할 때는 손바닥으로 바깥쪽을 향해 밀어내다가 손등 쪽으로 살짝 당겨서 멈춘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 보이지 않는 사전작업이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 어디까지나 이 수련의 목적은 몸 전체를 관통하는 기운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것이므로 꼭 오랜 시간을 버티는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자연스럽게 멈추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버티기를 시작하여 기운의 질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지하다가 때가 되면 거둔다. 눈은 감지 않는다.
버티기를 하다가 기운이 정체되는 느낌이 들면 손을 약간 상향으로 올려서 바퀴를 굴리듯 한 손은 앞으로 밀고 반대손은 손등으로 당기는 움직임을 부여한다. 오른손으로 밀 때 오른발장심에 힘이 걸리고 왼손이 앞으로 나갈 때 왼발장심이 반응하면서 마치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 난다. 손을 굴릴 때 속으로 ‘한 구령에 3번’으로 셈한다. 그러면 끝나는 손이 교대로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정신은 몸짓으로 구체화되고 어느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그 안에 담긴 정신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단절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기천의 동작에는 바위에 핀 돌꽃처럼 의연한 기상이 서려있다. 이제 새로운 길을 가려는 이 민족에게 그 정신 필요하지 않을까!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제주 바닷가에서 내가 신장 수련하는 육장근씨
내가신장 수련하는 육장근씨
내가신장 수련하는 육장근씨
내가신장 수련하는 육장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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