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메르스 확진 환자 ㄱ씨가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병원 직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메르스 확진 환자인 ㄱ씨는 쿠웨이트에서 설사 등 증상으로 현지 병원을 두차례 찾았고, 한국인 직원 20명과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10일 ㄱ씨에 대한 면담조사 등을 통해 그가 쿠웨이트에서 복통과 설사 등으로 9월4일과 6일, 두차례 현지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ㄱ씨한테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현지에서 병원을 찾기 일주일 전인 8월28일이었다. 앞서 국내 건설회사 임원인 ㄱ씨는 8월16일부터 쿠웨이트 알주르 현지에서 한국인 직원 20명과 2~3개 시설에서 함께 숙식을 해왔다. 이 가운데 1명은 ㄱ씨 옆좌석에서 같은 항공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쿠웨이트에 체류하고 있는 다른 한국인 직원 가운데 메르스 유사 증상을 보인 11명은 현지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ㄱ씨는 쿠웨이트 현지에서 수액을 맞았거나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은 지난 9일 밤 열린 서울시 긴급대책회의에서 “(애초 ㄱ씨는) 9월4일에 입국할 계획이었는데 몸이 안 좋아서 귀국을 미룬 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수액을 맞았다고 ㄱ씨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역학조사지원반장을 맡고 있는 이상원 질본 미래감염병대비과장은 “삼성서울병원 의료기록을 보면 (쿠웨이트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것 같다”며 “외교부를 통해서 쿠웨이트 현지 병원에 진료기록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한국에 입국한 뒤 인천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를 만난 뒤, 5분가량 공항 의자에 앉아 쉬다가 미리 불러둔 리무진 택시를 타고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공항 폐회로티브이(CCTV)를 보면 인천공항에 머문 26분간 편의점이나 화장실, 약국 등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의 아내는 자가용을 이용해 따로 병원으로 향했다. 또한 ㄱ씨가 평소 알고 지낸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권유에 따라 마스크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질본 등의 설명을 들으면, ㄱ씨는 몸이 좋지 않아 누워서 가려고 리무진 택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ㄱ씨의 설사 증상이 심하다는 사실을 걱정한 의사의 조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원 과장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환자의 진술이 바뀌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쿠웨이트 현지 의료기관 방문 시 감염 가능성 등을 포함해 감염 경로에 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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