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메르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응급실 앞에 붙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쿠웨이트서 감염경로 추적중…질본 “이슬람 성지순례 관련 위험도 검토”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발생 8일째인 15일 국내 접촉자 관리가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 환자 A(61)씨의 접촉자 가운데 의심환자로 분류된 사람은 2명이 늘었지만, 이들 역시 모두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가 지난 8일 확진을 받은 이후 이날 오전까지 추가 환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A씨와 관련된 접촉자 중에서도 현재 감염 징후를 보이는 사람은 없다. A씨가 쿠웨이트 출장에서 귀국할 당시 이용한 비행기를 함께 탔거나 입국 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까이 접촉했던 밀접접촉자 21명은 지난 13일 받은 메르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A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후 기침, 가래 등 증상을 보여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11명도 ‘음성’ 판정을 받았고, 전날 추가된 의심환자 2명도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A씨와 쿠웨이트 현지에서 접촉한 동료 등 한국인들도 육안 검진과 검체검사를 통해 현재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와 간접적으로 접촉해 당국으로부터 건강상태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 일상접촉자는 이날 정오 현재 425명이다. 일상접촉자 규모는 모니터링 대상인 외국인 등이 출국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환자는 입원한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치료 중이다. 메르스는 마지막 환자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최장 잠복기의 2배 기간(28일) 동안 환자가 나오지 않을 때 상황이 종료된다. 국내 상황 관리가 일단 ‘안정권’에 들어오면서 감염 원인과 경로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가 출장지인 쿠웨이트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자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지난달 16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쿠웨이트로 들어갔고, 이달 6일 쿠웨이트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복통과 설사 증세를 처음 보였고, 이달 4일과 6일 현지병원을 찾았다. 현지병원에서는 메르스로 의심하지 않았고 관련 검사도 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중동에서 낙타 접촉, 낙타 우유 섭취 등에 의해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상당수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감염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2명, 민간전문가 1명을 쿠웨이트에 파견한 상태다. 중동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8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환자 114명이 발생해 30명이 사망했고,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에서는 각각 1명씩 환자가 나왔다.
중동에서 메르스 위험은 이슬람 신자의 성지순례(하지·Haji) 기간에 커진다. 올해는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였다. 하지 기간에는 180여개국에서 300만명 이상이 메르스 환자 최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모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A씨가 경유한 두바이에 대한 역학조사 가능성과 관련, “하지 성지순례로 인한 메르스 전파 위험도 일부 있다고 본다”며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작년에 1명, 올해 1명의 환자가 발생해 그런 부분도 포함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