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팩트 체크] ‘문재인 케어’로 건보 ‘4조 적자’ 사실일까?

등록 2019-05-06 21:15수정 2019-05-06 21:49

건강보험공단 “작년 당기 수지 1778억 적자”
기재부는 ‘재무결산’ 3조9천억 손실

진료비 심사 절차 복원으로
진료비 충당부채 1조 발생
저소득 진료비 보상 9천억도

시민단체 “적자폭 예측보다 적어
누적흑자 20조…보장성 더 늘려야”
지난해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17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3월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보고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총수입은 건강보험료 수입 53조6415억원을 비롯해 모두 62조1159억원이었고, 재정 지출은 62조2937억원이었다.

건강보험 당기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런 적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선택진료비(특진비)·상급병실료(특실료)를 비롯한 3대 비급여 항목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문재인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문재인 케어) 정책의 시행으로 예측된 것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조125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약 9500억원이 덜 지출돼 적자폭은 줄었다. 상당수 보수 언론은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드디어’ 시작됐다며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되면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4월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졸속 심의를 규탄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엄정 심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여전히 촉구하지만, 보수언론은 최근 ‘문재인 케어’의 적자 폭을 과장하며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4월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졸속 심의를 규탄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엄정 심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여전히 촉구하지만, 보수언론은 최근 ‘문재인 케어’의 적자 폭을 과장하며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 건강보험 재무에서 적자란? 이런 상태에서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시한 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재무결산’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은 지난해 적자폭이 약 3조9천억원(장기요양보험 약 6500억원 포함)으로 나타났다. 당기 재정에 수입과 지출, 부채 등을 통해 순이익을 계산해보니 약 3조9천억원의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이전의 재무결산을 보면, 2015~2017년에 각각 5조2424억원, 2조7465억원, 3685억원의 흑자를 냈다. 표면적 숫자만 보면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되자 손실이 직전 해에 견줘 약 4조2600억원 늘었고,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얼핏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숫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른 사실이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실제 지출이 늘어난 점, 저소득층의 병원비 부담이 줄어든 것,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지급 제도의 변화 등을 건강보험 3조9천억원 적자의 이유로 설명했다. 특히 적자 가운데 대다수인 2조8천억원가량은 지난해 결정된 정책 변화로 앞으로 지출이 늘어날 부분이 부채(충당부채)로 잡혔다는 것이다. 이는 재무계산표에서만 부채로 기록되지, 실제 현금으로 지출되지 않은 금액이다.

■ 진료비 심사 절차 복원으로 진료비 부채폭 증가 착시 우선 적자 1조원가량의 충당부채는 진료비 지급 방식의 변화로 생겼다. 병원 등 의료기관은 보통 환자를 진료한 뒤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 청구를 하고 심사를 거쳐 수개월 뒤 진료비를 지급받는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의 영향으로 환자가 줄어든 병원이 심사 전에 진료비 일부를 미리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까지는 약 3년 동안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고 건강보험에서 받아야 할 돈 가운데 일부를 미리 받아 병원에 대한 건강보험의 부채가 적었지만, 올해부터는 2015년 이전처럼 원래대로 심사 뒤 지급해서 병원에 지급해야 할 건강보험의 진료비, 즉 부채가 갑자기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올해부터 원래대로 진료비 심사를 하면서 진료비 지급이 미뤄지는데 이 진료비 지급 연기가 지난해 부채로 잡힌 것이다.

■ 올해 저소득층 진료비 보상 등도 지난해 부채로 잡혀 정부는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이 건강보험 적용 진료를 받을 때 환자가 내는 돈의 상한을 낮췄는데, 이 때문에 올해 추가로 지출될 금액이 9천억원으로 예상돼 이것도 역시 지난해 충당부채로 기록됐다. 나머지 충당부채와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분은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와 인구 고령화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 병원에 지급할 진료비가 크게 늘어날 점이 고려돼 작성됐다는 건강보험공단의 설명이다.

■ 20조원 쌓아두지 말고 보장성 확대 주장도 나와 재무제표에 나타난 즉, 서류상 재정과 실제 건강보험의 누적 재정 중 어떤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까? 무엇보다 건강보험 현금 재정 상태와 건강보험 보장 비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료 인상폭 등이 결정될 때 건강보험 현금 수지와 예측 등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은 과대 포장된 손실액 등을 문제 삼으면서 앞으로 문재인 케어가 완성돼도 누적 흑자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현재 20조원을 쌓아두고 있고 문재인 케어가 완료돼도 10조원가량이 남는다”며 “정부가 재정 적자 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국고 지원 약속을 지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를 달성해도 건강보험 보장 비율이 70%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가량보다 낮아 국민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박선영 ‘전두환 옹호’ 책 65권 반납한 진화위 직원들 1.

[단독] 박선영 ‘전두환 옹호’ 책 65권 반납한 진화위 직원들

‘내란 선동 혐의’ 전광훈 수사 경찰, 특임전도사 2명 참고인 조사 2.

‘내란 선동 혐의’ 전광훈 수사 경찰, 특임전도사 2명 참고인 조사

긴장감 높아지는 인권위…군복 패션에 방패 든 윤석열 지지자 집결 3.

긴장감 높아지는 인권위…군복 패션에 방패 든 윤석열 지지자 집결

정규재 “윤석열 보호 외치는 TK…썩은 양반 계급으로 회귀 중” 4.

정규재 “윤석열 보호 외치는 TK…썩은 양반 계급으로 회귀 중”

봉준호 “해외 배우들, 계엄 뭔 일이냐 연락 와…황당하고 초현실적” 5.

봉준호 “해외 배우들, 계엄 뭔 일이냐 연락 와…황당하고 초현실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