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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19 유행병 될수도…“계절독감처럼 장기 대비 체제로”

등록 2020-02-16 20:38수정 2020-02-17 02:40

원인·경로 알 수 없는 환자 발생
증상 가볍지만 전염력은 높아

종식 안 되고 되풀이될 가능성
노인·기저질환자들에겐 위험

지역 감시체계 구축해야
중대본, 현행 가동시스템 활용
표본 검사대상에 포함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차 전세기로 귀국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생활을 한 교민들이 16일 오전 아산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전세버스에 탑승해 퇴소하고 있다. 아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2차 전세기로 귀국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격리생활을 한 교민들이 16일 오전 아산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전세버스에 탑승해 퇴소하고 있다. 아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외여행력도 확진자 접촉 이력도 없는 82살 한국인 남성(29번째 환자)이 16일 코로나19로 확진되면서, 국내에서도 감염원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계절 독감처럼 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기존 위험국가를 중심으로 한 검역 위주에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하는 대책을 내놓으며 대응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 코로나19 언제쯤 종식?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본부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시엔엔>(CNN)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바이러스는 아마 이번 계절 혹은 올해를 넘어서도 계속될 것”이라며 “결국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고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 독감과 같은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가 계절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유행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우려의 근거는 환자의 증상이 경미해도 코로나19가 강한 전염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의 중증도가 사스·메르스보다 떨어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이는 환자들이 더 활동적일 수 있다는 뜻이어서 전파력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에서도 역학 고리가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는 15일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다음 단계에 벌어질 수 있는 지역사회 유행은 더 큰 규모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코로나19의 특성상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기 어려운 초기부터 전염력이 있는 만큼 지역사회 감염의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환자나 어르신이 많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면 전환 따른 대책 필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대체로 병세가 중하지 않은 편이지만, 노인 또는 기저질환자가 감염되면 증세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지금처럼 검역 뒤 의심환자를 격리하고, 확진자와의 접촉을 막는 방식은 장기전에 적합하지 않다”며 국면 전환에 따른 대응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행 ‘병원 기반 중증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SARI, 13개 병원)와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체계’(52개 의원)에 코로나19 검사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 두 감시체계는 전국에 흩어진 병의원으로부터 주기적으로 폐렴·사스, 인플루엔자 의심증상 사례를 보고받아 지역사회 감염을 조기에 찾아내는 알람 역할을 한다. 여기에 코로나19를 추가한다는 것은 공항과 항만을 막는 검역을 벗어나 코로나19에 대한 지역사회 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지금까지는 메르스 경험으로 국외 유입 환자를 잡아내는 데 특화됐지만, 지역사회 감염 초기 감지와 관리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며 “보고를 하는 의료기관을 200곳보다 더 늘려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 조기 발견을 위한 대책이 가동되면서 진단검사 수요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중대본은 이날 진단검사 건수가 하루 5천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엔 3천건을 소화했다. 이달 말까지 1만건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날 중대본이 15일까지 국내 확진자 28명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초 임상 증상은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발열(열감), 인후통이 각각 9명(32.1%)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입원한 뒤 폐렴을 보인 환자는 18명(64.3%)이었다. 현재까지 국내 감염 사례 10명은 밀접접촉한 가족과 지인한테서 옮았다. 무증상 상태에서의 2차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수지 박현정 박다해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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