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주입해서 효과를 본 사례가 7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조만간 혈장치료 지침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혈장치료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른 셈이다.
세브란스병원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은 이날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낸 연구논문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중증 폐렴이 생긴 환자 2명에게 혈장치료를 한 결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회복기 혈장을 이용한 치료법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활용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로, 특정 질환에 걸린 뒤 회복한 사람의 혈장 속에 항체가 형성되는 점을 이용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치료법으로 썼던 방법 가운데 하나다.
세브란스병원은 71살 남성과 67살 여성 환자가 칼레트라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다른 코로나19 환자에게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도 호흡곤란과 폐렴 증상이 계속되자, 12시간 간격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두번에 걸쳐 투여했다. 이후 두 환자 모두 바이러스 농도가 줄어들고 호흡이 회복되는 등 증상이 호전됐다. 이들의 주치의인 최준용 교수(감염내과)는 연구논문에서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두 환자는 모두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관련 혈장치료 지침은 메르스 때 혈장 지침을 준용해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는 최종절차를 밟고 있다”며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중증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검토 후에 관련 혈장 확보와 투입 관련 체계가 가동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혈장치료와 더불어 구충제 등 ‘치료제 후보군’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효능이 발표된 건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구충제 이버멕틴이다. 지난 3일 <사이언스 데일리> 보도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모내시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와 피터 도허티 감염·면역 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한 연구팀은 이버멕틴이 세포배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장을 48시간 안에 멈추고 소멸시켰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전날 방역당국은 “환자나 사람이 아닌 세포 수준에서 효과를 검증한 것이라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역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위원장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후보제 중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지난 1월 미국 확진자에게 사용했을 때 하루 만에 호전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도 코로나19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인 ‘칼레트’를 억제해 코로나19 치료 대안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효과를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백신과 치료제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과 독성도 있다”며 “2년 동안 임상 실험 등 개발을 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권지담 박준용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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