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인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주차장에서 온누리교회 신도들이 부활절맞이 승차 예배를 하고 있다. 온누리교회는 코로나19 전염 방지를 위해 신도들이 차 안에서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부활절을 맞아 일부 대형 교회에 사람이 몰리면서 방역당국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지 않을까 우려를 드러냈다.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려면 확진자 증가세가 안정돼야 함은 물론, 생활방역이 ‘이젠 사람들이 많이 모여도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2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32명 늘어 누적 환자 수가 1만51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8일(53명)을 제외하면, 일주일 동안 하루 확진자 수가 50명 미만을 기록했다. 완치돼 격리 해제된 뒤 ‘재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111명이었다.
신규 확진자의 증가세는 완만해졌지만, 현장 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에 지난 주말 역대 최대 규모의 사전투표까지 더해지면서 방역당국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이날 한국 천주교회는 제주교구를 제외한 모든 교구에서 부활절 미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다수의 교회들도 온라인 예배를 했고, 서울 온누리교회 등은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라디오로 예배에 참여하는 승차 예배를 했다. 하지만 부활절이 종교적 의미가 깊은 날인 만큼 현장 예배를 병행하는 교회도 적지 않았다. 서울 명성교회에선 5번에 나눠 진행한 예배에 4천여명이 참석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일반 신도보다는 목회자와 중직자 등이 주로 참석했다”며 “5번에 나눠 예배를 진행해 2m 거리를 지킨데다 발열체크와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잘 지켰다”고 설명했다. 금란교회는 사전에 참석 허가를 받은 800명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선 역시 5차례 예배에 목회자와 집사 등을 중심으로 900여명이 참석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번 주말은 사람 간 접촉이 다른 몇주보다 증가해 가장 많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한주는 코로나19 예방의 기본으로 돌아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민 행동수칙을 충실히 준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국외 유입 차단의 강도를 높여, 13일부터는 미국에서 오는 입국자도 코로나19 증상 발현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기존에는 2주 자가격리 도중 증상이 생길 때만 검사를 받게 했는데, 앞으로는 미국발 입국자도 유럽에서 온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국 뒤 3일 안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발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조처로, 현재까지 국외 유입 확진자 912명 가운데 미국에서 온 사람은 37.6%(343명)다. 최근 2주로 좁혀 보면 그 비중은 절반 가까이인 49.7%(459명 가운데 228명)로 뛰어오른다. 전날 신규로 확인된 국외 유입 환자 24명 가운데 미주에서 온 환자는 18명이었다.
권지담 최하얀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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