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속 신생아(위)와 엄마(아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 그래프를 한글로 변환했다. 감염 10일째 수치를 보면, 신생아와 엄마에게서 각각 채취한 검체(비인두, 인두, 대변 등)의 바이러스 양에 그래프상 2단계 차이가 난다. 그래프상 2단계 차이는 100배 정도에 해당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제공
생후 27일 만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내 최연소 확진자’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함께 확진을 받은 엄마보다 최대 100배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쪽은 이런 내용이 담긴 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미선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지난 16일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연구팀이 엄마와 함께 코로나19로 진단돼 입원 치료를 받은 생후 27일된 신생아의 바이러스 배출량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임상적 특징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연구팀 논문을 보면 해당 신생아의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량은 엄마보다 최대 100배 많았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신생아의 호흡기에서는 감염 초기 바이러스가 매우 높은 수치로 검출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대변에서는 바이러스 양이 증상 발생 18일째까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며 “특히 감염 후 10일째 호흡기 검체와 대변의 바이러스 수치만 비교하면 엄마보다 약 100배나 높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는 성인인 엄마에 견줘 전이 위험도 더 높았다. 엄마의 경우 혈액이나 소변 표본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신생아는 혈액과 소변, 대변, 타액 등 모든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의료진은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점에서 체내 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전이 위험 또한 높다고 판단했다.
한미선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바이러스가 신생아의 대변에서 특히 많이 나왔다. 신생아는 대소변을 많이 배출하는데, 기저귀 등을 통해 보호자가 이걸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생아의 위생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신생아는 경과가 좋아 호전됐지만, 국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신생아 사망 보고가 나왔기 때문에 일반 소아환자와 달리 진료할 때도 세심하고 주의깊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신생아는 지난달 8일 입원 당시 37.6℃ 정도의 가벼운 발열과 코막힘 증세가 있었지만, 하루 뒤에는 체온이 38.4℃까지 상승하고 고열이 이틀 동안 지속했다. 이후 간헐적인 구토와 기침 증상을 동반했지만 호흡곤란 등 중증 증세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양호한 상태가 유지됐다. 이에 의료진은 신생아에게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고 체중 증가를 위한 모유 수유를 지속하면서 증상과 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했고 신생아는 3월23일 최종 음성판정을 받고 같은 달 26일 음성판정을 받은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소아는 면역력이 완벽하지 않아, 그 반대급부로 바이러스 복제량 자체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임상 중증도 자체는 낮을 수 있어, 전파에서는 (성인과는) 또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며 “코로나19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접촉해 자가격리된 사람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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