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보건당국이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하도록 승인하면서 렘데시비르가 강력한 치료제 후보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역당국은 재차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식약처가 중증환자에 대해 긴급 사용 승인을 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여러 국가와 의료기관에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렘데시비르) 치료가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줄이거나 다른 위중도를 낮추는 구체적인 임상시험 결과와 부작용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일(현지시각) 중증 이상 코로나19 환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렘데시비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 사용을 승인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는 “렘데시비르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줄였다”는 내용의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코로나 환자(11일)가 가짜 약을 투악한 환자(15일)보다 4일간 회복 기간이 빨랐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009년부터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 온 항바이러스제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 긴급 사용 승인에 대해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권위 있는 미국 기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했다는 것의 의미를 방역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일부 사망률과 관련해서는 통계학적인 유의성에 대해서 좀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해당 의약품(렘데시비르)은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시험의 분석 대상자 수, 시험대상자 정보, 이상 반응 등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렘데시비르는 현재 국내에서 3건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험 결과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회복 기간은 차이가 났지만, 치명률은 렘데시비르 투약군이 8.0%, 가짜약 투약군은 11.6%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니었고 이탈리아는 수치가 높게 나오는 등 모든 나라에 적용하기 무리가 있다”며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 임상시험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도 “최초로 위약 대조를 통해 치료 기간 감축 효과를 본 것은 의미가 있지만, 사망률도 줄이는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짚었다.
방역당국은 렘데시비르의 효과와 안정성 검증과 함께 신속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권중욱 부본부장은 “관계 당국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해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정리 그리고 국내에 유사시 특례수입 절차의 빠른 진행 등에 대해서 충분히 지금 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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