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단체들의 파업 추진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대학병원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파업, 7~14일 전국 의대생들의 수업·실습 거부, 14일 동네 개원의 등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의사들의 집단휴진(파업). 현재 또는 미래의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전공의는 1만6천여명, 개원의는 4만여명에 이른다. 정부는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대응책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카드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가칭)’ 구성이다. 지난 1일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즉각 철회와 함께 협의체 구성을 첫번째 대정부 요구안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의협 고위 관계자들이 5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의협 쪽이 복지부 대신 국무총리실과 직접 협의하겠다고 태도를 바꿔 불발됐다.
그러자 복지부는 협의체 구성을 의협에 제안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5일 오후 늦게 발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여기엔 복지부 차관과 의협 회장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린 뒤에, 올해 말까지 미래의 적정한 의사 수 산출 등 보건의료계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해 밑그림을 내놓자는 제안이 담겼다. 이와 별도로 복지부는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의협)와 간담회를 열고, 향후 정책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소통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첫 회의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의협·전공의협과 정부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전공의 파업이 예정된 7일 전에 극적으로 철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소통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전공의협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전면 재논의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파업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은 전임의, 교수 등이 업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정도의 불편만 겪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대비해 정부는 병원 쪽에 당직 조정 등을 통해 최대한 의사를 배치하고, 응급실·중환자실 필수인력을 유지할 대체인력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14일 의협 파업에는 개원의 80%가량이 참가할 것으로 의협은 추산한다. 전공의들은 7일에 이어 14일 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아직 정부는 ‘대화’에 더 힘을 쏟는 모양새다. 하지만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이 집단휴업해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의료법 59조1항). 이를 어기면, 의료업 1년 정지나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도,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의협 회장이 형사처벌되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