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기 시작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부터 대형학원·뷔페 등 고위험시설 10종은 집합금지가 해제됐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달여 만에 1단계로 하향 조정됐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가 시작됐다는 계절적 특성과 함께, 단풍놀이 등 대규모 인구 이동 변수가 또 기다리기 때문이다. 방역·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변수는 종류만 다를 뿐 계속해서 존재하므로, 일상생활과 방역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고위험군 중심의 ‘맞춤형’ 방역대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라 경각심이 흐트러질까 가장 우려된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또 다른 방역의 시험대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98명(국내 69명, 국외 29명)으로 닷새 연속 두자릿수로 집계됐지만, 아직 ‘하루 신규 확진자 50명, 감염경로 미상 5% 미만’이라는 원래의 1단계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정 본부장은 3밀(밀폐·밀접·밀집) 환경과 가을산행 등 단체여행, 기온과 습도가 낮아지는 환경변화 등의 위험요인도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역·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방역의 고비’가 되는 위험요인은 언제든 존재하므로 방역대책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쪽으로 세심하게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추석 연휴 이후 확진자가 예상보다 적은 것은, 4월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이 닥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태원이나 물류센터, 콜센터 같은 경우는 전혀 예측하지 못해 관리가 안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전파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방역을 하면서도 사회가 돌아가게 하려면 위험요소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그중에서도 사망이나 중증 위험이 큰 고령층이 많이 찾는 곳의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모란 교수는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여는 대신, 한번에 모이는 규모를 제한하고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안 열면, 노인들이 방문판매홍보관에 가는 걸 막기가 어렵다. 차라리 경로당 운영 주체가 책임지고 방역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역학조사나 노인들의 우울증·치매 예방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큰 장소에 대응하려면 “현장의 살아 있는 방역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막기 위해 요양원·요양시설의 면회를 제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시설의 집단감염은 대부분 면회객이 아니라 교회나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온 종사자들과 관련이 있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교회, 요양병원, 방문판매업체, 콜센터 등 시설마다 현장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현장의 특징에 맞춘 구체적인 방역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