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울산건강연대, 대전시립병원설립추진시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21년 보건의료 예산 분석 및 확충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보건복지 예산을 정부가 편성한 것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포용적 복지’와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가 공공의료 분야와 아동·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울산건강연대, 대전시립병원설립추진시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2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1년 보건의료 예산 분석과 함께 확충 요구안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내년도 보건복지부(복지부) 소관 예산 증가율은 2017년 편성한 2018년 예산 증가율(7.9%)을 제외하면 매우 낮다”며 “사람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담대한 복지국가’의 비전은 사라지고 다시 성장 중심의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90조1536억원을 편성했다. 2020년 예산과 견줘 7조6267억원(9.2%) 증가했지만, 2019년(14.8%), 2020년(14.2%) 증가율보다는 낮다.
시민단체들은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 가운데 ‘공공의료’ 분야를 확충해야 할 우선순위로 꼽았다. 참여연대가 분석한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세출·지출 세부사업 예산편성현황’을 보면 내년도 복지부 예산 가운데 공공의료 분야는 7542억원으로 지난해 예산(7791억원)에 견줘 3.2% 줄었다. 여기에 정부가 수차례 강조해온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공공병상은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며 평균 3.0개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주기적인 등장과 기후위기로 가속화될 바이러스 위협 속에 공공병상 확충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적 책무”라고 짚었다.
공공의료 분야의 일자리 지원 예산도 공공병원 설립과 함께 확대돼야 할 부분으로 거론됐다. 공공의료 예산 가운데 ‘취약지 등 전문의료인력 양성’ 예산은 5억5800만원으로 1년 전 예산인 12억100만원보다 53.5%, ‘응급의료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원’ 예산은 8억7700만원에서 1억3500만원으로 84.6% 모두 감축됐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제한적인 의사인력 양성 제도 때문에 지방 의료기관은 의사 구인의 어려움이 심각하다”며 “유럽국가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인을 양성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육 분야에 대한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내년 복지부 예산안 가운데 보육분야 예산은 5조9196억원으로 2020년(5조9429억원)에 견줘 0.4% 삭감됐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예산은 609억원으로 766억원보다 20.6% 줄었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2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1.2% 감소했다. 참여연대는 “2019년 기준 전국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은 17%로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세운 비율인 4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보다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으로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이후에도 추가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립 요양원 설립 등 요양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한 분야 중 하나다. 내년도 노인복지 예산은 18조8587억원으로 2조1331억(12.8%) 늘었고, 복지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2%에서 20.9%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669억원으로 2020년에 견줘 25억(2.4%) 줄었다. 실제 지난해 1월 기준 장기요양기관(입소시설+재가기관) 2만1395곳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등 국공립은 1.1%(24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요양시설 확충 예산은 증·개축, 개보수 등에 집중돼 공립 요양시설 신축을 위한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며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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