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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90% 예방’ 화이자 백신, 승인나도 국내는 내년 하반기 접종

등록 2020-11-10 22:02수정 2020-11-11 09:27

전문가들 “섣부른 기대 금물” 지적
안전성 입증 필요, 유통상 어려움도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본사 앞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고 있다. 정류장 벽면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광고가 붙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본사 앞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고 있다. 정류장 벽면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광고가 붙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에 이른다는 중간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단계는 아니라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화이자 등의 백신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국내 접종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 9개월 만에 백신 개발 임상 3상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결과가 나와, 일부 국가에서는 연내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국이 백신을 확보하고 (이와 동시에)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면서 접종 전략을 수정·보완하고 콜드체인(저온 유통망)도 챙기는 등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내년 2분기 이후에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화이자는 9일(현지시각) 미국 등 6개국에서 3상 임상시험에 참가한 4만3538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 후보물질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 중 감염된 사람의 90% 이상이 백신 후보물질이 아니라 소금물로 만든 가짜 약을 투여한 대조군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독감 백신의 효과(40~60%)보다 두배 정도 높고, 홍역 백신(97%)과 비슷한 수준이다.

방역당국은 이달 중 나올 화이자의 최종 임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달 셋째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종 임상 결과를 통해, 치명률이 높은 60대 이상이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 대한 실제 효능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재로선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인지, 장기간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화이자 쪽은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내 25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프디에이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치명적인 부작용 발생 여부는 실제 접종 사례를 통해 지켜봐야 한다. 화이자의 임상 3상 시험 대상은 4만3천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10만~100만명당 1명꼴로 나타날 수 있는 중증 부작용 발생 여부를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권 부본부장은 “국외에서 50만~100만명의 접종 사례를 일단 지켜본 뒤 국내 접종을 하는 게 좋겠다”며 “다만 선구매조차 느리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별 제약사들과 협상으로 국내 도입 물량의 상당분을 선구매함과 동시에, 도입 물량의 20%(1천만명분)는 국제 백신 균등 공급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화이자 백신은 코백스를 통한 도입 물량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화이자의 백신은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유통해야 해 대량 접종이 매우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의 백신은 디엔에이(DNA)나 전령아르엔에이(mRNA)를 운반체(벡터)에 담아 사람 몸에 주입하는 핵산 백신이다. 기존 독감 백신의 수송 온도(2~8도)와 달리 영하 70도에 이르는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유통되는 독감 백신의 경우도 50%가량이 불완전한 수송 등으로 폐기된다고 밝히고 있다.

백신 접종 기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존 방역체계는 계속 가동될 수밖에 없다. 의료진을 비롯한 코로나19 대응 인력이나 고위험군에게 먼저 접종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접종 대상자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현재 방역체계 속에서 백신이 곁들여지면 감염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1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된다”며 “백신과 방역체계를 융합해 거리두기 1단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상황을 관리해나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주말까지 전국 감염재생산지수는 1.07로, ‘아슬아슬한 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긴 고생 끝에 코로나19 시대의 종식이 멀리서나마 보이는 상황”이라며 “다만 실제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서혜미 최현준 이근영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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