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유정 가습기살균제 조사1과장(오른쪽)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조사 중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최예용 부위원장이 국회가 사참위 업무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반발해 9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참위는 이날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날 사참위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은 아직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됐는데 사참위의 손과 발이 잘리게 생겼다”며 “항의성으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참위 활동 기간을 1년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은 사참위 업무에서 빼고, 사참위의 업무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와 제도 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에만 한정했다.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어려워지자 최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환경부 등 여러 곳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피해자 당사자가 나서지 않아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이날 옥시레킷벤키저(RB)가 가습기살균제(옥시싹싹)의 유독성을 확인하고도 내부적으로 대응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진상규명을 지연시켰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옥시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도 이 활동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추가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옥시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참사 축소·은폐 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를 보면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2011년께부터 내부적으로 ‘코어팀’으로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문제 대응팀을 구성했다. 옥시 본사 직원 및 소속 변호사와 연구소 직원 등이 포함된 코어팀이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실험 보고서 승인을 보류하고, 국내외 흡입독성실험을 중단시키는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지연시켰다고 사참위는 밝혔다. 옥시가 2014년 초에 미국의 임상시험 수탁기관(WIL연구소)과 인도의 생물독성 연구기관(IIBAT연구소)에서 진행한 흡입독성실험 결과 폐손상을 확인하고 실험을 중단시켰다는 사실은 이번 조사 결과에서 처음 드러났다.
사참위는 2011년 8월께부터 옥시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국내외 연구소들이 진행한 흡입독성실험 결과보고회에 참석해 실험보고서를 검토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가습기살균제의 독성과 폐손상 결과를 확인하고도 민형사 소송에서 독성 결과가 누락된 서울대 산학협력단 최종보고서 등을 근거로 ‘옥시 제품에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김앤장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가습기살균제 관련 업무에 대한 보수로 95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앤장 쪽은 <한겨레>에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국내외 실험이나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바 없고,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에 근거해 변론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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