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시내 10곳의 장소에서 열린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의 비대면 ‘100명의 시민이 만드는 10가지 백신’ 아이디어 워크숍 장면. 공공보건의료재단 제공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는지 알려주는 달력이 나오면 좋겠어요!”
“빅데이터를 이용해 공원이나 산책로에 사람이 얼마나 붐비는지 알려주는 앱이 있으면 좋겠어요!”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이 다음주께 공개할 ‘시민백신’ 내용이다. 기본 틀은 지난달 21일 재단이 연 ‘100명의 시민이 만드는 10가지 백신’ 아이디어 워크숍에서 제시된 시민들의 아이디어다.
코로나 일상을 이겨내려는 시민들의 아이디어엔 절실함이 녹아 있다. 나이와 직업 등 자신이 놓인 상황에서 실제 겪은 어려움에 바탕을 두고 생각한 구체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식당 등에 갈 때 정보무늬(QR코드) 찍는 법, 화상통화 하는 법, 키오스크 이용법 등을 교육해주는 청년 인턴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코로나19로 발열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아이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갈 땐 별도의 동선을 마련해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은 분야별 취업 훈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 공유 플랫폼을 원했다.
‘코로나19 종식 알림 달력’처럼 귀여운 상상도 있었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되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제안도 눈에 띄었다. 사용한 마스크는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 때문에 감염 위험이 있지만 일반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올해 마스크 사용량이 급증한 만큼 쓰레기도 늘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거리다. 이에 착안해 참가자들은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고, 생분해 마스크를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더라도 도서관 같은 최소한의 공공시설은 운영해야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경조사를 간소하게 치르는 문화가 정착돼 감염병이 전파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원이나 산책로, 등산로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앱이 개발되면 좋겠다는 제안도 호응을 얻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서울 시내버스 일부 구간의 정류장과 일부 지하철역의 알림판처럼 붐비는 정도를 알려주면 특정한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취지다. 아파트 주민회 같은 동네 커뮤니티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식당’처럼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곳의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다슬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사회건강팀장은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은 대부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으니 하지 말라’는 지금의 방역 원칙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방법, 조심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의료적인 상황이 심각하지만, 일상생활의 문제도 정책에서 배제되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공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의견을 꼼꼼히 검토하는 한편, 노숙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쪽으로도 정책 대응 논의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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