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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과로사 연관 질병은 빼…중대재해법 시행령 논란

등록 2021-07-09 20:39수정 2021-07-10 02:33

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예고
뇌졸중·근골격계질환 등 제외돼
사업주 안전의무 포괄적 정의
‘나홀로 근무’ 제동 안 걸어
“정부·법원 대응따라 법 효용성 편차”
지난해 12월17일 오전 국회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학자 전문가 공동선언 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조속한 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2월17일 오전 국회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학자 전문가 공동선언 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조속한 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를 처벌할 근거법령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과로사와 연관이 깊은 뇌·심혈관질환 등을 직업성 질병에서 배제한 채 입법예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경영책임자가 챙겨야 할 안전 의무를 포괄적으로 정의해 향후 운용에 따라서는 경영진이 안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등과 함께 브리핑을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공개했다. 이 제정안은 오는 12일부터 8월23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여기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령에 위임한 중대산업재해의 종류나 사업주 의무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우선 시행령은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직업성 질병의 종류를 ‘화학적 인자에 의한 급성 중독’과 ‘염산 등에 노출돼 발생하는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 등 24가지 질환으로 규정했다. 앞서 반영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셌던 뇌·심혈관질환이나 근골격계질환 등은 아예 빠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의 경우를 중대산업재해로 정의했다. 정부 시행령 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과로 등으로 뇌졸중 등 뇌·심혈관질환을 얻었을 경우 사망에 이르지 않으면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받을 길이 없어졌다. 앞서 노동계는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택배기사들에게 흔한 근골격계질환이 직업성 질병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규석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뇌·심혈관질환은 연령이나 개인 생활습관도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렵고 사업주에게 예방하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경영자를 처벌하는 법인 만큼 대상이 되는 질병이 중대산업재해인지 논란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또 별도 설명자료를 내어 “뇌·심혈관 질환자의 채용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기업들도 처벌을 우려해 해당 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노동계는 지난 2018년 나홀로 근무를 하다가 끼임사고로 숨진 서부발전 노동자 김용균씨 사례를 들어 시행령에 ‘단독수행불가업무’를 규정하거나 2인1조 작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규석 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여러 법령이 산업별로 필요 인원 수를 정해뒀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또다시 담기보다는 적정한 인력과 예산을 편성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시행령 제정안이 사업주가 행해야 할 안전보건관리체계 조치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의했다고 보고 있다. 사업주가 챙겨야 할 안전 의무는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 방침 설정 △사업장 장소와 작업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점검·개선 절차 마련 △안전·보건 인력과 시설·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 편성 등이다.

이에 포괄적 시행령을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할지 정부와 법원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전형배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산업 안전에 선진적이라는 영미 국가들을 보면 포괄적으로 안전 법령을 만들되 기업의 자발적인 위험성 평가와 법원의 엄격한 처벌로 규율한다”며 “정부가 경영진의 적극적인 안전 감독을 유도하되 사법부도 기존 형법 해석에 얽매이지 말고 실제 기업의 안전 관리 과정을 꼼꼼히 살펴 처벌해야 법이 사문화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또 직업성 질병 범위에 대해선 “사업장의 안전 관리 부실로 인한 직업성 질병도 함께 배제됐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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