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정아무개(43)씨가 13일 철제 슬레이트를 교체하다 추락한 울산 현대중공업 작업현장. 정씨가 안전벨트를 걸어 의지했던 로프가 슬레이트 지붕에 쓸려 파손된 상태다.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산업현장의 추락·끼임 사고가 줄지 않자 정부가 건설업과 제조업을 특정해 각종 끼임과 추락의 위험 요인을 일제히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발표한 날에도 건설·제조업 현장에서 추락으로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매달 격주로 ‘현장 점검의 날’을 정해 산업안전보건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인력 1800여명이 산업현장 끼임·추락 사고 관련 전국 일제 점검을 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달엔 오는 14일과 28일에 사업장에 공지를 한 뒤 첫 점검을 나간다. 8월부터는 한 달에 두 차례 별도 공지 없이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노동부가 한꺼번에 2천명에 가까운 인원을 특정 산업 감독에 투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점검 대상은 사망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업과 제조업 사업장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882명 가운데 458명(51.9%)이 건설업, 201명(22.8%)이 제조업 종사자였다. 건설업은 추락 사고가, 제조업은 끼임 사고가 빈번하다.
1차 점검일인 14일엔 전국 건설현장의 추락 사고 예방 조치 여부를 살핀다. 추락 사고는 비계(건설현장의 임시 작업발판), 외벽작업과 지붕 설치, 계단·사다리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감독관들은 △안전난간과 작업발판, 추락 방호망 등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작업자가 작업용 로프 이외에 구명줄 등을 착용하는지 △안전모 등이 제대로 지급·착용 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2차 점검일인 28일엔 제조업 사업장의 끼임 위험 요인을 점검한다. 끼임 사고는 주로 위험기계를 정비·보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감독관들은 △원동기와 회전축 등에 끼임사고 방지 덮개 등 안전설비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기계 정비·보수작업을 할 때 운전을 정지하고 시동을 껐는지 △지게차 작업자가 적정 면허를 보유했는지 등을 점검한다.
정부는 점검을 거쳐 안전이 미비한 부분엔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안전관리 실태가 심각할 경우 행정적·사법적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권기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단순한 현장 지도·감독을 넘어 산업현장의 산재 예방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의 일제 점검 발표 전후로 제조업 현장에선 노동자 두 명이 각각 추락 사고와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12일 오전 5시30분께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정아무개(43)씨가 공장 지붕 위에 올라가 철제 슬레이트 교체작업을 하다가 25m 아래로 추락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정씨가 안전벨트를 걸어 신체를 지탱하던 추락 방지 로프가 철제 슬레이트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훼손되어 끊긴 데다, 현장엔 추락 방지망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엔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의 협력업체 노동자가 가동을 멈춘 시멘트 포대 적재기를 정비하던 중에 설비가 갑자기 가동되면서 머리가 끼여 숨졌다. 노동부는 설비 운전 중지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했다고 보고 사업주와 안전관리자의 안전 조치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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