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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집회 원천봉쇄는 기본권 침해” “유행 감안해 유연한 대응을”

등록 2021-07-23 17:53수정 2021-07-23 19:55

공공운수노조 원주 집회, 경찰 봉쇄에 사실상 무산
감염병 예방과 집회·시위 자유 보장 두고 양쪽 공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계획한 23일 집회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위로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원주 집회를 계획한 23일 집회장소인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위로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강원도 원주시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집회 자제를 요청하며 거듭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운수노조는 애초 예정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차벽을 동원해 집회 차단에 나서면서 전문가들은 “재량권 남용이며 기본권 침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다만 4차 유행 상황을 고려해 노조에 좀 더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원주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1시간 20분가량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직영화 직접고용 쟁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지난 2월 이후 3차례에 걸쳐 파업을 하고 있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건보공단에 요구하고 위해서다. 노조는 애초 500m씩 거리를 두고 8개 거점에서 99명씩 모두 792명 규모의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이날 오전부터 경찰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세우면서 장소가 협소해지자 50여명씩 따로 모여 산발적 개별 집회를 열었다. 전체 참여 인원은 노조 쪽 추산으로 800여명 정도다.

이번 집회를 둘러싼 논란은 방역당국이 여러 차례 개최 자제를 요청한 데다 전날 원주시까지 집회를 사실상 금지하고 나서면서 격화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엄중한 현 상황을 고려해 집회 자제를 강력히 요청한다”며 “방역수칙에 반하는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집회 전날인 22일 집합금지 인원수를 기존 100명 미만에서 50명 미만으로 강화하는 거리두기 3단계 적용을 발표하면서, 집회에 한해서는 1인 시위만 허용하는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노총에 2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열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강원경찰청은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집회를 거리두기 지침을 어긴 ‘불법 집회’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제로 이날 집회 현장에서 확성기를 통해 ‘집회를 해산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2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근에서 열린 고객센터 노조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인근에서 열린 고객센터 노조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지방정부 등에 집합에 따른 인원수 제한을 두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있어, 사전에 신고된 집회라도 이런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다만 같은 권역 내에서 행사와 집회를 구분해 거리두기 지침을 다르게 적용하는 조처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허진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변호사)는 “정부가 거리두기를 요구할 때는 모임의 목적이 무엇이든 감염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지방정부가 이를 행사와 집회로 나눠 적용한 건 재량권 남용이며 기본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예방법이 거리두기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집회의 인원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집회 인원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는 지자체가 집회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집합’과 ‘집회’를 혼동하는데 개인들끼리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집합과 다수인이 모여 의사를 표현하는 집회는 다르다”며 “100명이 모여도 개인 간 거리를 유지하고 방역지침을 지키면 ‘집합’을 하지 않는 집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를 기본적으로 허용하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경찰도 차벽 등을 동원해 집회를 차단하거나 해산하려고 하기보다 거리두기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등 방역지침 준수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1천명대 확진자가 이날까지 17일째 이어지면서 4차 유행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노동단체가 좀 더 다양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22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민주노총의 원주 집회와 관련해 “비록 야외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그 안에서 전파될 가능성이 있고 집회 전후로도 준비 과정과 별도 모임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노동대학원)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하는 의사 표명마저 중앙과 지방정부가 몰아치듯이 금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노동조합도 1인 집회를 여러 명이 진행한다거나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는 등 ‘우리도 감염 위험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민주노총이 개최한 집회가 집단감염의 경로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지난달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주최한 여의도 집회는 개별적으로 확진자가 나왔으나 집회를 매개로 한 집단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도 참석자 8천여명 가운데 4172명을 조사한 결과, 잠복기 14일이 지난 현재까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3명을 제외한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확진된 3명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며 식사한 이들인데, 방역당국은 아직 감염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다은 박수혁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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