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ㄱ(59)씨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맞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ㄱ씨의 죽음과 관련해 “일부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대학교에 개선을 지도했다”며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서울대를 근로감독대상에 포함하는 등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서울대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ㄴ씨가 청소노동자에게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필기시험을 보도록 한 것과 청소노동자들의 복장을 점검하고 품평을 한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ㄴ씨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영어, 한자 등이 포함된) 필기시험을 보도록 한 것에 대해 노동부는 “ㄴ씨는 교육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시험문제에 조직의 한자 및 영어 명칭, 개관연도 등 업무 관련성이 희박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교육훈련으로 보기 어렵다”며 “근무성적 평정이 없지만 시험성적을 평정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게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ㄴ 씨는 시험이 “외국인이나 학부모 응대에 필요한 소양”이라고 주장했으나 노동부는 응대 업무가 청소노동자의 업무로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치러야 했던 필기시험. 청소 업무와 무관한 기숙사 개관 연도, 한자·영어 시험을 봐야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ㄴ씨가 청소노동자들의 복장을 점검하고 품평을 한 것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ㄴ씨가 지난 6월 9일 2차 업무 회의에 ‘드레스 코드’에 맞는 복장을, 3차 업무 회의에 퇴근 복장을 하고 참석할 것을 근로자들에게 요청했고 행위자가 회의 중 일부 근로자들의 복장에 대해 손뼉을 치는 등 품평을 했다”며 “업무 적정 범위를 넘어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청소 노동자들이 ‘제초작업’이 힘들다고 하자 ㄴ씨가 근무 시간외수당을 깎아 제초작업을 외주화 주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 근무성적평가서를 배포한 것, 청소상태를 점검한 것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서울대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조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청소노동자 대상 필기시험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즉시 개선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지도했다. ㄴ씨에게도 서울대가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교내 전체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특별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입장문을 내어 “(일부 내용이) 평가결과에 불이익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서울대가 그동안 부정했던 청소노동자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다. 오세정 총장이 고인의 유가족 및 청소노동자들에 즉시 공식적인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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